“기도하는 다음세대가 통일된 한반도의 주역 될 것”

입력 2025-10-03 03:05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서울 서초구 복음통일비전 사무실에서 저서 ‘젊은 크리스천들에게’ 개정증보판을 펴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최장수 주중대사’ ‘중국통’으로 유명한 김하중(78) 전 통일부 장관의 36년 공직 생활은 예수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1994년 회심한 김 전 장관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망명(1997)과 6·15 남북 정상회담(2000) 등 역사적 현장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고 수차례 술회한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 의전비서관 및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내고 6년 5개월간 주중대사로 재임하며 양국 교류와 북한이탈주민·국군포로 송환 등에 앞장설 때도 기도를 쉬지 않았다. 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도 마찬가지다.

개정증보판인 신간 ‘젊은 크리스천들에게’(레가투스)는 그의 인생과 신앙관뿐 아니라 기독 청년을 위한 사회생활 조언을 담은 책이다. 화려한 이력 뒤 ‘하나님의 대사’로서 감내한 고충과 갈등도 가감 없이 실었다.


2009년 은퇴 후 신앙·외교서적 15권을 펴내고 일본·통일 선교와 수감자 사역에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 전 장관을 최근 서울 서초구 복음통일비전 사무실서 만났다. 온누리교회 장로인 그가 신앙 인터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10년 만의 개정증보판입니다.

“한국 기독교계의 미래는 하나님을 믿는 젊은이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향해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2015년 초판을 냈습니다. 책 절판 후 여러 곳에서 재출간 요청이 왔지만 외교부에서 요청한 회고록 출간 등으로 엄두를 못 내다 이번에 시간을 냈습니다. 기존 내용을 유지하되 각 장에 주요 내용 요약과 소그룹 토론 주제 등을 추가했습니다.”

-기독 청년에게 강조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그간 글을 쓰며 깨달은 건 ‘제 인생 전부를 하나님께서 계획하고 인도해 줬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 젊은이에게 ‘오직 하나님 한 분만 믿으며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정직하게 최선을 다했더니 그분께서 보호하고 높여주셨다’ ‘오직 하나님께 순종하고 주변에 예수를 전해 이들을 구원하는 마음을 품으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에게 직언, 승진 거절 등 직장에서 소신껏 행동한 사례가 여럿 나옵니다.

“군대와 외교부에서 여러 상사를 모시면서 실력이나 성실함, 인격적 바탕이 없는 사람이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출세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수없이 목도했습니다. 권력에 영합하기 위해 부정직하게 행동한 이들이 한순간에 추락하는 걸 보며 저도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했습니다.

공직에 있는 동안 승진이나 훈장을 받을 기회가 올 때 다른 이에게 양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출세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또 상사를 위해 수없이 기도했기에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상사에게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할 수 있었고, 그때마다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출세에 지나친 욕심이 없었다는 게 어떤 의미입니까.

“승승장구하면 미움받기 마련입니다. 주변서 시기하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주중대사와 장관이 됐을 때 저는 회개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제 소식으로 상처받을 이들이 있을까 염려됐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를 험담한 이들의 평안과 축복을 위해 계속 기도했습니다.”

-2009년 은퇴 후 대기업 영입 제안도 거부하고 연락처 수천 개도 삭제한 거로 압니다. 은거(隱居)의 삶을 추구합니까.

“저는 회심 이후 지난날의 죄를 돌아보며 남은 생을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살기로 결단했습니다. 대기업과 유명 로펌에서 장관 때 연봉 10배가 넘는 연봉을 제안했지만 전부 사양했습니다. 일생을 국민의 세금을 받으며 일했는데 이 과정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한 개인의 회사를 위해 사용한다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기도 중 내게 준 마음을 따라 은퇴 후 40년간 모은 연락처를 지울 땐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목회자와 선교사 등 여러 새 친구를 제게 붙여줬습니다. 이들과 함께 저는 여러 사람을 위해 중보기도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내의 취미가 여행 아닌 독서인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웃음).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된다면 신앙서적 5~10권, 외교 전문서적 5권 정도를 더 쓰려고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고용 한파 등으로 청년층의 좌절이 깊습니다.

“비공식 통계지만 지난 2000년 역사에서 일본이 우리를 700여회, 중국과 북방 민족 등이 200여회 침략했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는 평균 2~3년에 한 번씩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휘말린 셈입니다. 이분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날 우리가 번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한 해가 1965년인데 당시 한국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00달러였습니다. 직장 자체가 별로 없어 대졸자도 취직할 곳이 거의 없던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1976년 초임 외교관으로 미국 뉴욕에 갔는데 나라가 가난하니 외교관도 가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미국인에게 외교관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지난 이야기를 길게 한 건 ‘청년은 온실의 꽃처럼 자라선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섭니다. 훗날 젊은이들이 사회 지도층이 되려면 나무처럼 성장해야 합니다. 나무는 가뭄과 홍수, 비바람과 눈 서리를 겪고서야 거목이 됩니다.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이겨낸다면 반드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반중 정서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지역이든 인접국들은 역사적 이유로 항상 갈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5000만명의 한국과 14억명의 중국 사이에 갈등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양국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런 면에서 최근 국내서 나타나는 반중 정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정치인들이 나서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이 재차 ‘적대적 두 국가론’을 거론합니다.

“남북통일은 의지나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틀림없이 이뤄질 일입니다. 그 시기도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빠를 것입니다. 통일이 되기 전 우리가 먼저 하나가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또 정치인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자기 유익보다 나라와 국민을 더 사랑하고 정직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청년들이 통일을 대비해 북한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길 바랍니다. 아울러 통일이 되면 우리가 ‘감당할만한 환난’을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5000만명과 2500만명이 하나 되는데 환란은 없을 수 없겠으나 그래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달라는 것입니다. 한반도가 통일되고 동북아 지역이 세계 중심인 시대가 올 것입니다. 기도하는 다음세대가 그 시대의 주역이 될 거라 믿습니다.”

-이념 갈등으로 한국 사회와 교회가 혼란합니다.

“이념 갈등은 믿는 이들이 교회 안에서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념이 아닌 하나님 나라와 영광을 위해, 주님이 세운 위정자와 교회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이럴 때 역사의 주관자 되는 하나님이 회복의 은혜를 허락할 것입니다.

목회자들이 정치 편향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국민에게 비난받는 특정 계층의 입장을 지지·옹호한다면 교회로서의 순수성을 잃을 것이고, 결국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힘을 상실할 것입니다. 저는 목회자들이 권력자를 향해 선지자의 역할을 적극 감당해주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