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알바 생활] 추석 포장 대란

입력 2025-10-04 00:31

대형 물류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출근하면 알바 일당에 수당을 붙여 준다는 내용이었다. 8월 중순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한 번씩 왔는데 처음에는 3만원, 다음에는 5만원, 9월 첫 주에는 7만원을 붙여 준단다. 하루 9시간 일당이 9만원이 조금 넘는데 수당 7만원이라니 눈이 번쩍 뜨였다. 한여름에 너무 힘들어 가지 않았는데 7만원 수당을 보자 마음이 혹했다. 내 실력을 인정하는 건가?

출근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았다. 그게 추석 연휴 한 달 전이었다. 물건을 집어 카트에 싣는 집품장에서 얼마간 일한 뒤 포장장으로 배치됐다.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공간 안에 컨베이어벨트가 뱀처럼 꾸불거리며 가득 차 있었다. 벨트 옆으로는 작업대가 지네 다리처럼 나와 있었고 알바들은 거기에 들어가 포장을 했다. 집품 박스가 도착하면 물건을 꺼내 바코드를 스캔하고 포장한 뒤 운송장을 붙이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었다.

9월 한 달간 신청하는 대로 출근 승인이 됐고, 비록 하루지만 고액의 수당도 받아 회사가 고마워졌다. 그래서 10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물건이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일부러 출근 신청을 했다. 오래 다닌 알바들은 1년 중 물건이 제일 많은 날이라고 말했다.

아침 8시에 조회를 하고 작업대로 들어서면서 입이 벌어졌다. 160개들이 유명 브랜드 커피믹스 박스가 대형 카트에 20개씩 실려 3단으로 서 있었다. 개별 박스는 대형 포장 박스로 6개씩 묶여 있는데 그걸 뜯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박스는 1개당 약 20㎏이라 여러 개를 들어 작업대로 옮기는 데도 힘이 들었다.

카트에서 대형 박스를 뜯고, 20㎏ 박스를 들어 작업대로 옮겼다. 물건 바코드를 스캔하고 다시 회사 포장 박스에 넣어 테이프로 봉했다. 주소가 적힌 운송장을 스캔해 붙인 후 그걸 다시 들어 컨베이어벨트로 올렸다. 오전 내내 4시간 동안 했다. 노란색 커피믹스 박스를 실은 대형 카트는 3단 물결처럼 작업대 옆으로 밀려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앞뒤 작업대도 마찬가지였다. 허리가 아프고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헉헉 찼다. 물건이 파도처럼 밀려와 4시간 내내 화장실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대략 1t을 들었다 놨다 했다. 세상 사람들이 추석 선물로 커피믹스 세트를 그렇게 많이 할 줄 몰랐다.

점심때 잠시 쉬었다. 오후에 작업대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유명 브랜드 참치 선물 세트였다. 세트당 약 1.2㎏ 박스가 물밀듯 밀려들었다. 오후에 5시간 동안 약 120㎏을 들었다 놨다 했다. 카트를 가져다준 알바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물결처럼 물건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그들을 ‘워터’라고 부른다.

오후 6시 퇴근 때가 되자 기진맥진해서 작업대를 빠져나왔다. 포장한 물건들은 택배기사의 차에 실려 누군가의 집에 배달이 되겠지. 그리고 즐거운 추석 선물이 될 것이다. 받으신 분은 선물하신 분에게도 감사해야겠지만 집품하고 포장하고 배달한 분들도 한 번쯤 생각해줬으면 한다.

김로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