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 장군의 고장’ 강원도 삼척… 육지에서 수평선 너머 울릉도가 보인다고?

입력 2025-10-02 02:51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 개산리 ‘울릉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 멀리 바다 가운데 수평선 위로 구름에 덮인 울릉도가 솟아 있다. 청명한 날 새벽 울릉도 뒤쪽으로 해가 떠오를 때 볼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 삼척에는 과거 ‘실직국(悉直國)’이라는 성읍국가가 있었다. 현재 삼척과 동해, 태백 일대에 자리한 실직국은 동해를 주름잡던 나라였다. 이후 신라는 505년 이사부 장군을 ‘실직군주’로 임명해 삼척으로 보냈고, 7년 뒤인 512년(지증왕 13년) ‘하슬라(강릉)군주’였던 이사부 장군은 현재 울릉도와 독도를 거점으로 한 해상 왕국인 우산국을 복속시켰다. 삼척시 정하동에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 정벌을 위해 출항한 곳으로 알려진 오분항과 삼척항을 연결하는 길이 190m의 도보교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가 개통돼 있고, 인근에 이사부독도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삼척항 옆 오십천을 가로지르는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가 아름다운 야경을 펼쳐놓고 있다.

삼척시 노곡면 개산리에 ‘울릉도 전망대’가 있다. 무료 망원경 4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진짜 울릉도가 보일까. 해발 392m인 울릉도 전망대에서 울릉도를 볼 때 둥근 모양의 지구 곡률을 고려하면 직선상 눈으로 볼 수 있는 수평선까지 거리는 약 70㎞다. 이보다 먼 곳의 물체는 수평선 아래로 잠긴다. 울릉도 전망대에서 울릉도까지 직선거리로 143.34㎞이니 수평선과 울릉도까지 거리는 73㎞다. 이를 고려하면 높이 420m 이상이면 보인다. 울릉도 성인봉 정상이 해발 984m이니 상부 564m가 보이는 셈이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날씨 등 다양한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청명한 날 새벽 울릉도 뒤쪽으로 해가 떠오를 때 볼 가능성이 높다.

보는 곳의 해발고도가 낮아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지구 수평선 곡면을 따라 빛이 휘는 대기굴절의 영향이다. 새벽에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반대로 기온이 상승하는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바다 표면 근처에는 차가운 공기가, 수십~수백m 상공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자리 잡는다. 빛의 속도는 차가운 공기층에서 더운 공기층보다 느려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빛은 아래쪽으로 굴절된다. 물체가 실제 위치보다 위쪽에서 보이게 되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울릉도를 조망하는 곳으로 소공대(召公臺·해발 320m)도 유명하다. 삼척시 원덕읍 노곡리 소공령 정상에 있는 누각이다. 와현(瓦峴)이라 불리던 소공령은 1916년 국도 7호선이 만들어지기 전 원덕읍 임원리와 원덕읍 노곡리를 연결하던 고개다.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문사들이 이곳 고개를 넘으면서 울릉도를 바라보고 지은 시가 전한다. 청성(靑城) 성대중(成大中·1732~1809년)의 문집인 ‘청성집’ 권1에 ‘소공대에서 울릉도를 바라보며’라는 시가 수록돼 있다.

조선 선조 때 정승을 지낸 이산해는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시기의 맑은 날에 소공대에서 울릉도가 보인다’고 구체적인 시기를 적시했다. 산업화 이후 육지에서 맨눈으로 울릉도를 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미세먼지 등 오염원이 적었던 옛날에는 울릉도를 보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소공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임원항은 울릉도까지 거리가 137㎞로, 경북 울진 죽변항(130.3㎞) 다음으로 가까운 육지다. 임원항 뒤 남화산에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있다. 산마루의 정자 ‘헌화정’옆에 바다와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 휴(休)’가 있다. 카페 앞에도 울릉도 전망대가 있다. 안내판에 ‘삼대에 걸쳐 많은 덕을 쌓아야 보인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울릉도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는 고려 말 왜구의 출현 때문이었다. 왜구의 피해를 우려해 1416년 9월 울릉도 주민을 육지로 이주시켰다. 1694년 9월 삼척첨사 장한상이 수토사로 울릉도에 파견되면서부터 관리가 체계화됐다. 울릉도·독도를 주기적으로 순찰·관리하는 수토(搜討) 정책을 2~3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대풍헌 전경.

울릉도 수토에 관련된 유적은 인근 울진에 있다. 기성면 구산리 ‘바람을 기다리는 집’ 대풍헌(待風軒)과 수토문화전시관이다. 대풍헌은 조선시대 구산포에서 울릉도와 독도로 가던 수토사들이 순풍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건물이다.

대풍헌 바로 옆에 2020년 12월 개관한 수토문화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수토사의 일지와 고문서, 당시 생활상과 복장, 무기류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여행메모
들입재 터널→개산리 ‘울릉도 전망대’
삼척항 일대 얼큰하고 시원한 곰칫국

울릉도 전망대에 편하게 가려면 동해고속도로 근덕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국도 7호선을 타고 달리다가 근덕교차로에서 노곡 방면으로 가다 보면 들입재 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바로 좌회전하면 개산리 가는 방향이다. 차를 타고 조금 올라가다 보면 만난다. 제대로 된 주차장은 없지만 주차할 만한 공터가 있다.

소공대 가는 길은 좁다. 아스팔트와 비포장도로로 이어져 운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곳에도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수로부인 헌화공원 내 높이 10.6m, 무게는 500t 규모의 수로부인 상징조형물 뒤로 동해가 펼쳐져 있다.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는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6일 휴무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중고생 2000원, 초등학생 1500원 등이다.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는 무료지만 이사부독도기념관은 입장료를 받는다.

이사부독도기념관 내부.

삼척항 일대에 회 등 수산물을 파는 식당이 많다. 특히 곰칫국 전문점이 인기다. 묵은김치를 넣어서 끓인 얼큰한 국물이 시원하다. 살이 흐물흐물해서 마시듯 먹게 된다. 지방이 적고 고단백이라 비만 방지, 피부 보호, 관절염·당뇨·고혈압·간경화·동맥경화 예방에 좋다고 한다.





삼척·울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