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에서 제품을 꺼내자 커다란 크기의 대화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업무용으로 사용 중인 15인치 노트북과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두께는 폴더블폰보다도 얇고, 무게는 전작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S11 울트라’다.
지난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탭 S11 울트라를 2주간 사용하며 경험한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대화면으로 확고해진 사용성이다. 기존의 태블릿 제품은 업무용으로 쓰기엔 화면이 작고, 휴대하며 들고 다니기엔 용도에 비해 크기가 크다는 계륵 같은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갤럭시탭 S11 울트라는 역대 최고로 커진 14.6형 화면을 탑재함으로써 태블릿의 용도를 ‘조금 큰 스마트폰’이 아닌 ‘조금 작은 노트북’으로 확장했다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기자가 보유한 갤럭시탭 S7과 함께 사용해보니 개선된 업무·학습용 사용성이 더 두드러졌다. 탭 S7은 A4용지와 비교했을 때 4분의 3 정도 크기밖에 안 되지 않는다. 펜으로 문서를 작성한다기보다는 메모를 하는 느낌이 더 강한 제품이다. 이에 비해 갤럭시탭 S11 울트라는 세로 길이가 조금 더 긴 것을 빼면 A4용지와 거의 똑같은 크기다. 메모를 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면 실제 공책에 필기하는듯한 인상마저 받았다.
오피스 용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S펜에서도 관측됐다. 기본적으로 둥근 모양에 한 면만 플랫한 기존 S펜과 달리, 새로운 S펜은 육각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연필 같은 디자인 덕분에 손에 쥐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장시간 필기할 수 있으며 손가락의 피로도도 덜했다. 애플과 달리 S펜을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한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다만 블루투스 기능이 사라져 S펜 찾기나 에어액션 같은 기능이 더이상 제공되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태블릿답게 휴대성도 잡았다. 갤럭시탭 S11 울트라의 무게는 692g으로, 전작 대비 26g이나 줄었다. 두께도 5.4㎜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5.1㎜로 얇아졌다. 기자가 사용 중인 갤럭시Z 폴드6를 펼치면 두께가 5.6㎜인데, 이보다도 태블릿이 얇았다.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류가방은 물론이고, 서류봉투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갈 정도로 슬림한 디자인이다.
갤럭시탭 S11 울트라는 최신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며 활용성을 더 높였다. 측면 버튼을 길게 누르자 곧바로 AI 에이전트 제미나이가 호출됐다. 가로 모드로 태블릿을 사용하는 도중 AI에게 물어볼 것이 생기면 손가락을 올려 누르기만 하면 되는 점이 직관적이었다. 홈버튼을 길게 누르고 화면에 띄워진 사진 위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자 곧바로 검색이 시작됐다. 기본 탑재된 ‘써클 투 써치’ 기능이다. 노트북으로 작업 중이었다면 인터넷 창을 추가로 열어 직접 검색하거나, 생성형 AI 탭을 열어 별도 작업을 했어야 하는 작업을 손짓 한두번으로 끝낼 수 있었다. 가벼운 블루투스 키보드와 결합한다면 노트북을 충분히 대체할 만한 제품이다.
다만 높은 가격은 실제 구매하는 데 있어 심리적 저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의 가장 저렴한 모델(와이파이·256GB)조차 출고가가 159만8300원이다. 가장 비싼 모델(셀룰러·1TB)은 240만6800원에 달한다. 이 가격대가 최신 플래그십 폴더블폰 모델인 갤럭시Z 폴드7과 다소 겹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