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주택공급 엇박자?… “시장에 협력 메시지 줘야”

입력 2025-10-01 00:20

정부와 서울시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정책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를, 서울시는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 확대를 내놓으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정책이 ‘상호보완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양측이 협력 메시지를 내기보다 각자의 성과를 강조하는 데 치우치면 시장 혼선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 주택공급 정책인 ‘신속통합기획 2.0’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 협의·검증 신속화, 이주 촉진 등으로 평균 18.5년이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는 게 목표다. 특히 수요가 많은 ‘한강벨트’에 집중 공급한다고 했다.

정부의 9·7 공급대책은 ‘공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서울 도심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향후 5년간 수도권에 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공공 도심복합사업이 대표적이다. 도심 내 유휴부지·노후 시설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일단 도시정비사업 선택지가 많아진 모양새다. 지역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을 비교해 택할 수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3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은 서민이나 청년 등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하고, 민간은 중산층에 주택을 공급해 집값 안정을 도모한다”며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선 사업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와 서울시의 주택공급 정책 인센티브가 달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도심복합사업 준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700%)과 서울시의 최대 용적률(500%)이 다른 게 일례다. 서울시가 최대 용적률을 근거로 도심복합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면 오히려 사업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 주도 방식의 주택공급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최근 “공공은 속도가 느려서 공급 시점이 늦어지는 매우 큰 단점이 있다는 게 이미 밝혀졌다”고 말했다.

투기 억제 정책에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온도 차가 보인다. 오 시장은 전날 “추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필요하면 (세제 강화 등) 추가 규제 대책을 내겠다”고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다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심 공급 확대라는 큰 목표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토허구역 지정 등 주요 현안에서 조율하기로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9·7 대책에도 서울 도심 공급 내용이 있고, 서울시 발표에도 연간 6만~7만 가구 공급이 담겼다. 시장 참여자는 같은 얘기인지, 추가를 하겠다는 건지 헷갈릴 것”이라며 “혼선을 막으려면 ‘정부와의 협의를 거친 발표’라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