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힘들수록 중요한 건 교류” 이시바 “마지막 외교, 뜻깊다”

입력 2025-10-01 00:05 수정 2025-10-01 00:05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8월 도쿄 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다. 부산=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만나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저출산·고령화, 국토 균형성장 등 양국 공통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이시바 총리와 만나 “서울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내려왔는데, (이시바) 총리님이 일본에서 부산에 날아온 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짧았을 것 같다”며 “한·일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안보상으로 정말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여기(부산)는 맑은 날엔 쓰시마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고, 제 고향에선 한 시간밖에 안 걸릴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퇴임 전) 마지막 외교를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대단히 뜻깊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아 양국 우호의 상징적 인물인 ‘의인’ 이수현씨 묘소에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고인은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뉴시스

양국은 지난 8월 이 대통령 방일 당시 논의한 공통 사회문제 대응 협의체의 구체적 운용방안에 합의하고, 이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양국은 저출산·고령화, 국토 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 등에 대한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76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는 이시바 총리의 유엔총회 발언을 상기하며 “내 생각과 같다”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양 정상은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질서 속에서 양국이 유사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 국제사회 과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북극항로 협력도 논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유학 도중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수현씨 묘소를 현직 일본 총리 최초로 참배한 것을 거론하며 “고인의 숭고한 사랑에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답했다.

다만 셔틀외교 정례화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친한파인 이시바 총리는 오는 4일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한 뒤 의회에서 신임 총리가 결정되면 퇴임한다. 차기 총리로는 극우 인사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한·일) 관계 개선의 성과와 기조가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회담 후 일본 취재진을 만나 “(일본의) 다음 정권에 바라는 것은 (한·일) 관계를 불가역적으로 되돌리지 말고 발전적으로 추진해 가는 것”이라며 “(양국이)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경 여사는 이석증 진단을 받아 양해를 구하고 회담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 부인 요시코 여사는 “쾌유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부산=이동환 기자, 이가현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