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햇살은 눈 부신 토요일 오후였다. 친구들은 여의도에 간다고 했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올해 21회를 맞았다. 친정이 여의도 맞은편이라 불꽃을 질리도록 보아온 터, 나는 광화문으로 걸음 했다. 650개가 넘는 환경 종교 노동단체와 개인 이름으로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지구를 지키는 슈퍼영웅으로 변신했다. 지구 수호자들은 개성 넘치는 피켓과 깃발을 들었다. 내가 소속된 대한성공회의 깃발은 ‘생명나무를 지키라’였다. 불교기후행동이 만든 커다란 지구도 시야에 확 들어왔다. ‘지구는 시원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역시 연등회의 노하우는 남달랐다.
9·27기후정의행진은 이사야서 52장 7절의 말씀이 성육화한 현장이었다.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도로 위는 아름다운 발이 가득한 축제의 현장이 되었다. 지구를 지키자고 목소리를 내면 ‘불편하다, 별종이다’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런 말에 기죽지 않는 별난 사람들은 결국 세상을 변화시킨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