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에 살아나나 했더니…’ 소비 더 꺾였다

입력 2025-10-01 00:24
추석 명절을 앞둔 30일 서울 중구 중부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이후 잠시 온기가 도는 듯했던 소비가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뉴시스

지난 7월 지급된 1차 소비쿠폰으로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가 1년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고꾸라졌다. 소비를 회복하겠다며 9조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실제 소비 지표를 보면 ‘반짝 효과’에 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5년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지난 4월(-1.0%) 이후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지난해 2월(-3.5%)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는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하지만 가전제품,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6%)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9%) 항목이 전체 소매판매를 끌어내렸다. 특히 가전제품(-13.8%)과 통신기기·컴퓨터(-13.6%), 음식료품(-5.6%)의 감소 폭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음식료품 소비 감소에 대해 “소비쿠폰 지급 영향으로 음식료품 소비가 외식 서비스 등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8월 소매판매 감소는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했던 지난 7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7% 늘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1차 소비쿠폰에 약 9조원을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반짝 효과’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불가피해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2차 소비쿠폰과 추석 연휴 소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9월에는 (소매판매가)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발 관세 압박 등 불안한 대외 상황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쿠폰 같은 일회성 급여가 근본적인 소비 개선을 이끌 수는 없다”며 “2차 소비쿠폰 효과도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산업 생산은 보합(0.0%)이었다. 다만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3.1%) 등에서 생산이 줄었지만 자동차(21.2%), 의약품(11.0%) 등에서 생산이 늘어 전월 대비 2.4%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1.1% 감소했다. 정밀기기 등 기계류(1.0%)에서 투자가 증가했지만, 기타 운송장비(-6.0%)에서 투자가 감소했다.

건설기성(불변)은 1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건축(-6.8%)과 토목(-4.0%) 모두 부진했다. 다만 미래의 건설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 격인 건설수주(경상)는 주택 등 건축(46.9%), 철도·궤도 등 토목(38.4%)에서 증가해 전년 동월 대비 44.8% 늘었다. 7월(49.7%)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