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위반에 범죄자 되지 않도록… 징역·벌금 대신 과태료만

입력 2025-09-30 18:47

정부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가 30일 발표한 110건의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에는 그간 경제계 등 민간에서 요구해온 규제완화 대책이 대거 담겼다. 단순 실수나 복잡한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경우도 징역·벌금형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현 상황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일반 국민이 의도치 않게 범죄자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TF 방안에 따르면 먼저 경미한 트럭 튜닝에 대한 형벌이 완화된다. 지금은 트럭 소유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짐칸 크기 변경 등을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앞으로는 형벌이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바뀌고 또 원상복구 명령으로 갈음할 수 있게 된다.


숙박·미용업 등을 하는 소상공인이 사업 변경 신고나 사업장을 넘기는 지위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처벌도 완화된다.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었던 형벌 규정이 과태료 100만원 이하로 조정될 예정이다. 렌터카 사업자가 차량 사고 시 대차 서비스와 관련해 정비업자 또는 견인업자에게 알선 수수료를 제공하는 데 대한 형벌도 완화된다.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서 500만원 이하 과태료로 벌칙 규정이 바뀐다.

이번 방안에는 기업인들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는 항목도 다수 담겼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양벌규정에 면책 조항을 신설하는 점이 대표 사례다. 현재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의 경우 법을 어긴 이와 함께 사업주까지 처벌을 받는다. 최대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앞으로는 사업주가 ‘상당한 주의·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될 경우 면책이 가능하다. 기업이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계약서에 종사업무 등 단순한 사항을 명시하지 않았을 때 처벌도 벌금에서 과태료로 바뀐다.

재계의 요청 사항도 반영됐다. TF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할 경우 처벌 조항을 ‘징역 3년 이하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서 ‘시정조치명령 후 불이행 시 형벌 부과’로 조정했다. 이와 관련한 우려 목소리에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억제력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향후 1년 안에 경제형벌 규정 정비 대상 6000여개 중 30%를 정비할 계획이다. TF 관계자는 “도전적인 목표지만 최대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이누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