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불출석… 고성·막말만 오간 ‘부끄러운 청문회’

입력 2025-09-30 19:02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0일 진행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의 증인석이 비어 있다(왼쪽 사진).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했다. 이병주 기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 등 주요 증인은 대부분 불출석한 가운데 여야 간 고성과 막말만 오갔다. 여당은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일정을 추가해 청문회 수준으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했고, 야당은 사법부 압박이라며 반발했다.

여야 의원들은 30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대법원 현장 감사 필요성을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서로 이름을 불러가며 유치한 신경전을 펼쳤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조희대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였고 어떤 일을 했는지 현장 감사가 필요하다”고 발언하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름을 부르며 그렇게 하느냐”고 문제삼았다.

그 직후부터 “송석준, 내 말에 놀랐나”(서 의원) “서영교! 그렇게 버릇없이 굴지 마”(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곽규택! 조용히 해”(서 의원) “야, 조용히 해”(무소속 최혁진 의원) “야, 최혁진 조용히 해”(곽 의원) “입 다물어, 어?”(최 의원) “싸가지 없는”(서 의원) 등의 발언이 청문회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결국 민주당은 오는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 일정을 추가 의결했다.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조 대법원장을 현장으로 찾아가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조희대 ‘나으리’께서 국민 앞에 나오기 번거로우시면 그때는 저희가 직접 찾아가 알현하겠다. 그때는 아마 숨을 곳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이 대법원장에 대해 탄핵 협박, 사퇴 강압, 청문회 소환까지 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죄를 줬다고 보복하는 것이고, 이재명 재판을 없애겠다고 사법부를 흔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곽 의원도 “갑자기 대법원에 가서 국정감사를 하는 일정이 추가됐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감을 하루 더 하고, 현장에 가겠다는 것은 국감을 대법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조 대법원장 청문회는 주요 증인이 모두 불출석하면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법원의 핵심 증인이 불출석한 관계로 정상적인 청문회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인신문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두고 여권 내 우려도 적지 않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노자에 ‘법령은 치밀해졌지만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다’는 취지의 말이 나오는데, (민주당이) 입법만능주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간청한다”며 “왜 청문회의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그렇게 서둘러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 스스로 사법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의 앞날에 큰 영향을 주고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있을 걸 알면서 왜 그렇게 빨리 처리했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간다”며 “이 지점이 이 사태에 이르는 단초가 됐다. 국민도 최소한 입장 표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대법원의 이례적으로 빠른 파기환송 과정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지금 법사위처럼 경쟁적으로 센 발언만 하는 것도 사법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