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세탁 로봇이 로봇 대중화 열 것”

입력 2025-10-01 01:06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 빨래 청소를 로봇이 합리적인 가격에 대신할 수 있을 때 로봇 대중화 시장이 열릴 겁니다.”

LG전자에서 차세대 로봇 플랫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김영재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9일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서울 강남구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공동 주최한 ‘SF, 로봇, 인간’ 특별 강연(사진)에서 이렇게 로봇 대중화의 분기점에 대해 설명했다. 로봇청소기가 한번 작동시키면 신경을 안 써도 되는 수준에 이르렀듯이 세탁·건조·개기, 식기세척·정리 등 ‘마지막 디테일’을 메우는 자동화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김주형 미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는 “로봇이 생활 속에 보급돼야 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진화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공장용 로봇은 데이터를 쉽게 축적할 수 있지만 일상 속 로봇은 아직 보급이 많이 안 돼 있어 학습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구 높이와 구조가 로봇 사용을 전제로 변한 것처럼 생활양식과 제품 설계가 맞물리며 수용성이 점차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디즈니리서치 재직 당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 ‘올라프’에서 착안해 다리가 떨어져도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또 일본 만화 원피스 속 ‘니코 로빈’의 어디서든 팔을 꺼내는 능력을 응용해 가정용 기기나 가구에 표준화된 마운트를 설치하고 필요할 때마다 팔을 꽂아 쓰는 모듈형 로봇 팔을 구현했다. 그는 “비싼 모터와 센서가 들어 있는 로봇 팔을 공유할 수 있다면 보급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새로운 로봇의 가능성을 연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간과 로봇의 본질적 차이가 자유의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와 로봇이 인간의 많은 영역을 대체하겠지만 자유의지라는 마지막 보물은 인간에게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사회는 AI와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