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멸중공’ 반중 시위 가능성… APEC 앞 경계심 높이는 정부

입력 2025-09-30 18:47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정부가 대규모 반중시위 개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선 보수성향 단체들이 ‘천멸중공’(天滅中共·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도 타진하는 만큼 경북 경주에서 반중 시위가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대비책을 세워 준비하고 있다”며 “시위뿐만 아니라 모든 (돌발 상황)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상의 방문형식별로 필요한 경호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APEC 준비지원단 관계자도 “관계 기관에서 시위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고, 상황별 대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반중시위 강력 대처를 지시했음에도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는 보수 단체의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일각에선 이들이 경주에서도 시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5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 때도 반APEC 단체들이 거센 시위를 벌였다. 당시 경찰은 컨테이너 90여대를 2층 높이로 쌓아 ‘컨테이너 산성’을 만들어 시위대 진입을 차단했다.

이번에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 가능성까지 열려 있어 정부는 더욱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빈방문 여부를 포함해 중국과 협의 중인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APEC 개최 직전이 돼야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의 국빈방문을 위한 대내외적 여건이 좋지 않아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동포인 안유화 전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을 때 중국 내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 국빈방문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APEC을 찾는다면 중국에 한국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일 중국 최대 행사인 전승절에 이 대통령이 가지 않았는데도 시 주석이 국빈방문을 결정한다면 외교적으로 큰 결단이라는 의미다. 국빈방문이 아니라도 정부는 시 주석과 이 대통령의 양자회담을 중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APEC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의사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