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추가적인 과학적 데이터 제공 없이 1년 전 신규 댐 건설계획을 사실상 180도 뒤집었다. 지난해 7월 “모든 대안을 검토했다”며 자신만만했던 환경부는 정권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의 전형을 보였다는 비판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30일 “지난 정부에서 신규로 댐을 짓겠다는 의사결정의 시작점이 환경부나 한국수자원공사인지, 대통령실 지시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정부의 의사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다.
환경부도 1년 전 정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손옥주 물관리정책실장은 “저희도 반성한 부분은 장관님이 직접 현장을 보고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와 얘기하면서 (전 정부 환경부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수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십년 앞을 내다봐야 할 치수 정책이 1년 새 뒤바뀐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대신 정책감사를 할 뜻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제라도 홍수 조절 등 기후위기 대응 댐으로 얘기하기조차 부족한 댐이 무리하게 추진된 것을 돌려놓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중단된 7곳 중 용두천댐과 운문천댐은 대안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용두천댐은 하류 900만t 규모의 양수발전댐에 수문을 설치하면 용두천댐 홍수조절용량(210만t)보다 더 많은 홍수조절용량이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문댐도 하류 하천을 정비하고 댐 운영 수위를 복원하면 추가로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동복천댐은 기존 주암댐과 동복댐 사이에 신규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해 취소됐다. 수입천댐과 단양천댐, 옥천댐도 지역 반대가 심해 전 정부에서 이미 추진을 보류했다. 산기천댐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식수전용 댐이어서 국고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취소가 결정됐다.
환경부는 남은 7개 댐에 대해서도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혀 추가로 취소되는 댐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 청양·부여군 지천댐과 경북 김천시 감천댐은 반대가 심해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고, 경북 의령군 가례천댐과 경남 거제시 고현천댐은 댐을 건설하는 대신 저수지에 수문을 설치해 홍수조절 기능을 보완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한다.
울산 회야강댐과 충남 강진군 병영천댐은 계획된 규모가 적정한지 추가로 살펴보기로 했고, 경기 연천군 아미천댐의 경우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다목적댐으로 지을지 등 기능에 대해선 추가 검토할 방침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환경부가 충분한 논리적 근거 없이 정권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커진 몸집에 걸맞지 않게 스스로 신뢰도를 깎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