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군 고위 장성 회의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재건했지만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쟁 수행을 위한 군 장성들의 체력 기준 강화 등 ‘전사정신’이 강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 강당에서 열린 미군의 핵 기술을 강조한 뒤 이같이 말하며 “다만 절대 사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위력이 너무나도 막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사용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 어떤 국가도 감히 도전하지 못할 만큼 강력해야 하며 그 어떤 적도 감히 위협하지 못할 만큼 강력해야 한다”며 “그 어떤 적대국도 우리를 이길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복무중인 약 800명의 장성 가운데 지휘관들이 이례적으로 소집되면서 각종 추측을 낳았다. 다만 트럼프의 이날 연설은 전 세계 분쟁 해결, 국경 통제 강화 등 그동안 본인의 성과를 부각하는 통상적 연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에 앞서 연설에 나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성별 구분 없는 체력 기준 강화 등 ‘전사 정신’을 강조하며 군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그는 “나는 내 아들이 체력이 부족한 병사들과 함께 복무하거나, 남성과 동일한 신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여성들과 같은 전투 부대에 배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기준은 균일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또 “이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우리 부처를 오염시킨 ‘사회 정의’와 ‘정치적 올바름’, 유해한 이념적 쓰레기를 제거하고 정치적 요소를 뿌리 뽑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의 시대는 끝났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 복원된 전쟁부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 수행, 전쟁 준비, 승리하기 위한 준비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이 곧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 새 국가방위전략(NDS)의 초안을 두고 미군 수뇌부가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NDS 초안에 포함된 중국 관련 내용에 대해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과의 경쟁보다는 주로 대만 공격 위협에 집중돼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NDS는 미 국방부가 약 4년에 한 번씩 수립하며 미군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최상위 지침이다. NDS 초안은 국방부 정책부서 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인사들이 만들었고, 이 중에는 유럽과 중동에 대한 미군의 오랜 방위 공약을 비판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
NDS 초안은 장성들 사이에 비공개로 회람됐고 헤그세스 장관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내부에선 중국이 빠르게 군사력을 늘리는 상황에서 NDS의 초점이 미 본토 위협 대응에 맞춰진 점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한 취재원은 “헤그세스가 NDS의 중대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 점 때문에 댄 케인 합참의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