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보다 본토 수비” NDS 비판한 미군 수뇌부

입력 2025-09-30 18:55 수정 2025-09-30 18:56
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곧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 새 국가방위전략(NDS)의 초안을 두고 미군 수뇌부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 국방전략이 중국 군사력 팽창 억제보다는 미 본토 방위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 복수의 고위 장성들마저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다.

WP는 NDS 초안에 포함된 중국 관련 내용에 대해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과의 경쟁보다는 주로 대만 공격 위협에 집중돼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NDS는 미 국방부가 약 4년에 한 번씩 수립하며 미군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최상위 지침이다. 현재 최종 편집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NDS 초안은 국방부 정책부서 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인사들이 만들었고, 이 중에는 유럽과 중동에 대한 미군의 오랜 방위 공약을 비판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

NDS 초안은 장성들 사이에 비공개로 회람됐고 헤그세스 장관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내부에선 중국이 빠르게 군사력을 늘리는 상황에서 NDS의 초점이 미 본토 위협 대응에 맞춰진 점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댄 케인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최근 몇 주간 헤그세스 등에게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NDS 작성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는 건 일반적이지만 우려를 표하는 당국자들의 숫자가 이례적으로 많고 비판 수위도 높다고 WP는 전했다.

한 취재원은 “헤그세스가 NDS의 중대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 점 때문에 케인 합참의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케인이 군사적 충돌 발생 시 중국을 억제하고 필요시 물리치도록 미군을 준비시키는 것과 관련된 NDS를 유지시키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케인과 헤그세스 간의 논의에는 대중국 강경파로 분류되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도 참여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이번 NDS 초안은 과거에 비해 정파적 색채가 더 노골적이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군부를 약화시켰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NDS 수립 과정에 이견이 나왔는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넬 대변인은 헤그세스가 NDS 수립을 지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힘을 통한 평화’ 원칙을 추진하는 데 집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새 NDS가 미 본토 방위를 우선할 경우 주한미군 역할이나 규모가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헤그세스는 30일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장성급 지휘관들을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로 소집해 ‘전사 정신’ 등에 대해 훈화할 예정이다. 헤그세스가 이 자리에서 대규모 장성 해고나 강등을 발표하거나 NDS 방향을 일부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