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도 증시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사업 육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 거대 신흥시장인 인도 공략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법인 지분 15% 매각을 의결했다. LG전자 100% 자회사인 인도법인을 현지에 상장하고, 보유 지분 15%를 매각해 본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다. LG전자는 인도증권거래위원회에 최종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르면 10월 중으로 IPO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LG전자가 매각하는 인도법인 지분은 1억181만5859주로, 지분 평가액은 1조8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과 달리 기존 지분만 매각하는 구주 매출이라 이자비용 같은 기타 금융 리스크도 발생하지 않는다.
인도법인 상장이 성공하면 LG전자로서는 악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재원을 확보하며 한숨을 돌리게 된다. 미국발 관세 충격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LG전자 실적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떨어뜨렸다.
현지 IPO를 통해 확보할 재원의 상당 부분은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조7000억원을 R&D 분야에 투자해 인공지능(AI)·냉난방공조(HVAC) 등 미래 신사업 강화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도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위닝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인도 증시 상장은 글로벌 사우스 공략을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인도는 인구 14억6000만여명으로 세계 1위지만, 에어컨와 세탁기 보급률이 각각 10%, 20%에 그칠 정도로 가전 보급률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되는 등 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가전을 구매할 만한 잠재적 수요 고객이 넘친다는 의미다.
LG전자는 “이번 상장으로 확보하게 될 현금이 현재 LG전자가 보유한 현금·현금성 자산(1조1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라 큰 폭의 재무건전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