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를 열었지만 주요 증인이 대부분 불출석하면서 의미 없는 고성과 막말만 오갔다. 하지만 법사위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기존 대법원 국정감사 일정을 하루 더 늘리고 오는 15일엔 대법원에 직접 가서 현장 국감을 하기로 의결했다. 사법부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인데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청문회가 소득 없이 끝날 것이라는 건 예상됐던 일이다.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물론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와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까지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 모두가 불출석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대법원 대상 국감을 청문회 수준으로 진행하겠다며 현장 국감 일정을 추가했다. 어떻게든 조 대법원장을 면전에서 질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국회는 사법부 존중 차원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국감 때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의 경우 인사말 후 이석을 허용해왔으나 민주당은 이 같은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을 국감장에 앉히겠다는 분위기다.
계속되는 사법부 압박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왜 청문회의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그렇게 서둘러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 과정에 대해선 조 대법원장의 해명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청문회 등으로 밀어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청문회 수준의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기 전에 의혹의 근거를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못한 채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면 사법부에 대한 정치 공세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