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회장·객실 예약 돌연 취소… 신라호텔·예비부부만 피해 떠안아

입력 2025-09-30 18:50
신라호텔 제공

서울 신라호텔(사진)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국가 행사 일정을 이유로 취소했던 결혼식 예약을 원래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재안내했다. 예약된 일정대로 예식을 하면 소비자가 비용을 내야 한다. 신라호텔은 일정 변경을 통보하면서 예식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호텔과 예비부부 모두 혼란과 피해를 떠안게 됐다.

3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은 전날 예식 예약자들에게 “기존 계약 조건으로도 예식을 진행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호텔 측은 원래 일정대로 예식을 진행할 경우 예비부부가 기존 계약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예약 번복 사태는 APEC 행사 기간 방한하는 중국 측이 연회장과 객실을 통째로 예약했다가 돌연 취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신라호텔은 중국 국빈들이 방한할 때 숙소로 주로 이용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세 차례의 방한 때마다 신라호텔에 머물렀다. 중국 측은 오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위해 신라호텔의 연회장과 객실을 예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다시 이를 취소하며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국 대사관은 구두로 객실 462개와 부대 시설 전체를 예약했으면서 계약금도, 계약서도 없었다. 호텔은 예약돼 있던 우리 국민 결혼식 8건과 객실 112개를 취소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국회 국방위원장)도 “우리 청년들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쳐버린 것”이라며 “중국은 대한민국의 호의를 ‘노쇼’로 보답했다”고 비판했다.

호텔업계에서는 국가 행사와 관련하면 호텔 측이 손해를 입더라도 거부하기 어려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을 고려해도 기업과 소비자가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번 같은) 외교 이벤트의 가장 큰 피해자는 호텔과 소비자”라며 “국익과 외교를 이유로 민간 계약을 희생시키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브랜드 신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