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방위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최근 방위사업청의 전자전기(Block-Ⅰ) 체계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항공기 창정비와 성능개량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군용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30일 항공·방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민항기와 군용기를 아우르는 종합 기술 역량을 토대로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지난 50년간 ‘하늘의 주치의’라는 별칭에 걸맞게 다양한 성과를 쌓아왔고, 이번 전자전기 사업 수주를 계기로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전문성은 수십 년 전부터 다져졌다. 1975년 항공제조 사업에 뛰어든 뒤 부산테크센터를 거점으로 군용기 창정비와 정비를 이어왔다. 초기에는 국군의 UH-1H 헬기와 C-123 수송기를 맡았다. 79년부터는 미군 F-4 팬텀 전투기 창정비를 시작하며 한·미 군용기 운용·정비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았다. 이후 F-16, F-15, CH-53, UH-60 등 주요 전력기의 창정비와 성능개량을 수행하며 아시아·태평양 최대 군용기 정비 허브로 도약했다.
대한항공의 창정비는 단순 정비를 넘어선 대규모 작업이다. 전투기를 완전히 분해해 엔진과 주요 부품을 점검·보강하고, 외관 도색과 장비 장착을 마친 뒤 지상 점검과 시험비행까지 거쳐 다시 조립된다. 이 과정은 통상 3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된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강점은 성능개량 기술이다. 아날로그 계기를 디지털로 교체하고, 통신 장비도 최신화한다. 동체 주요 부위를 보강하는 등 구형 기체를 사실상 새 기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대표 사례로 UH-60 블랙호크 헬기 사업이 꼽힌다. 대한항공은 91년 이후 130여대의 조립·창정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화와 엔진·통신 장비 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번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도 이러한 경험이 뒷받침됐다. 비즈니스 제트기에 군 임무 장비를 장착하고, 감항인증까지 완료해야 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감항인증은 항공기가 운용 범위 내에서 제대로 된 성능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로부터 확인받는 절차다. 대한항공은 과거 P-3C 성능개량과 ‘백두’ 정찰기 개조 과정에서 감항인증 경험을 확보해 경쟁력을 입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방산은 기업의 이해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대한항공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