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태백 주민 “석포제련소 떠나면 인구 유출·공동체 해체”

입력 2025-10-01 00:21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서 지난 25일 주민 500여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석포제련소가 빠져나가면 지역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석포·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제공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가 이어지자 제련소가 있는 경북 봉화군은 물론 인근 강원 태백시까지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의 끝자락까지 내몰려 있는 두 지역 주민들은 “핵심 산업 기반의 붕괴가 인구 유출과 공동체 해체로 직결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이전 논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일 봉화군 석포면에서는 봉화와 태백 주민 500여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석포·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를 출범하고 정부의 이전 추진에 전면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특히 “중앙정부가 환경단체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지역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석포제련소가 떠나면 봉화와 태백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의 반발 배경에는 제련소가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자리하고 있다. 석포제련소 임직원은 약 660여명이며 협력업체와 이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생계가 걸린 인구는 수 천 명에 이른다. 직영 및 협력업체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비용만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지역 소비와 교육 수요로 연결돼 봉화와 태백 전반에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인구 구조에서도 제련소의 존재는 뚜렷하다. 봉화군 전체 평균 연령이 58세를 넘는 반면, 석포면은 51.7세로 가장 낮다. 젊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정착한 영향이다.

정부와 경북도는 석포제련소 이전 가능성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이전 가능성과 일자리 대책을 종합 검토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역시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에 착수, 향후 1년간 필요성과 비용, 후보지, 환경 대책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이전만을 전제로 하지 않고 여러 시나리오를 폭넓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에서는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불신이 번지고 있다.

환경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도 존재한다. 환경단체는 오랜 기간 제련소의 환경 영향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주민들은 “과거와 달리 상당 부분 개선된 만큼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석포제련소는 2021년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용수를 100% 재활용하고 공장시설 하부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삼중 차단 차수벽을 설치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련소 하류 측정 지점의 중금속 수치는 법적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제련소 인근에서 멸종위기종 수달이 발견된 사실은 환경 개선의 상징처럼 회자된다.

주민들은 제련소 사수가 ‘기업 편들기’가 아닌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주민단체 관계자는 30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자리와 환경, 지역 생존이 조화를 이루는 해법”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현실을 직시해 개선과 상생의 길을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