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고백은 특정 시대의 필요 속에서 탄생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가 세워지면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자신의 믿음을 분명히 밝힐 신앙 조항을 정리할 필요에 직면했다. 그 직접적인 이유는 각종 이단의 등장 때문이다. 당시 헬라어권의 동방교회와 라틴어권의 서방교회는 한마음으로 이단적 가르침을 배척하고 정통 신앙을 천명하는 고백문을 마련했다. 그 결과 탄생한 대표적 문서가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채택된 ‘니케아 신경’이다.
특히 신경은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위격(位格)을 부정한 아리우스주의에 대항해 작성됐다. 이후 신경은 4세기 내내 교회의 교리 혼란을 잠재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방과 서방 교회 모두 이 신경을 존중했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었다. 서방은 성령의 발원을 언급할 때 동방 교회와 다르게 “그리고 아들과 함께(and the Son)”라는 문구(필리오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방정교회는 지금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탁월한 교부학자인 저자 곽계일 박사는 니케아 신경이 단숨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올해 출간한 책은 공의회 1700주년에 맞춰 그 형성과 발전을 추적한 것이다. 그는 니케아 신경이 어떠한 역사와 지리, 언어와 문화, 신학적 배경에서 나왔는지를 살핀다. 325년 초안이 이후 어떤 수정과 보완. 확장을 거쳐 현재 우리가 부르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으로 자리 잡았는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이 신경은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현 형태로 공식 확정됐다. 필리오케 구절은 서방에서 589년에 추가됐다. 그럼에도 오늘날 니케아 신경이라고 하면 보통 이 최종본을 뜻한다.
참고로 서방 교회는 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아타나시우스 신경을 함께 ‘연합신조’(Ecumenical Creeds)라고 부른다. 로마 가톨릭과 루터교, 개혁·장로교, 네덜란드 개혁교회, 성공회, 일부 감리교 등 서방 라틴계 전통을 따르는 교회들이 이 명칭을 사용한다. 반면 동방 정교회는 니케아 신경 하나만으로도 보편적 신앙을 고백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교부학자가 선보이는 니케아 신경 형성기 추적기로 미국 배우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