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통신망 마비 노후 장비 탓… 장애 초기 안일한 대응 피해 키워”

입력 2025-09-29 19:02
지난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발생한 정부24 등 189개 행정정보 시스템 ‘먹통 사태’ 당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 장비의 노후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파악됐다. 국정자원은 장애 발생 초기 안일한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더욱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발생한 국가정보통신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행정정보 시스템 구축·운영 실태’ 감사를 실시한 결과 통신망을 구성하는 네트워크 장비 중 하나인 노후 라우터에서 장애가 발생해 전체 망을 마비시켰다고 29일 밝혔다.

국정자원이 관리하는 전산 장비는 2023년 말 기준 3만6688대로 73개 기관(2098개 시스템)이 연결돼 있다. 장애가 발생한 라우터는 사용한 지 8년 된 노후 장비였으나 조달청이 정한 교체 주기(9년)에는 미달해 교체 대상이 아니었다. 장비가 노후화될수록 장애 발생률이 높아지지만 조달청의 내용연수(교체 가능 최소 사용기간)를 채우지 못하면 교체 예산을 편성받을 수 없다.

감사원이 국정자원 전산 장비의 장애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4년차는 10.6%, 7년차는 21.4%였다. 하지만 2023년 말 기준 국정자원 전산 장비 9612대(26.2%)가 내용연수를 넘긴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용연수 기준이 더 짧았던 2022년 이전 기준으로는 1만2700대(34.6%)가 노후 장비였다.

국정자원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도 문제가 적발됐다. 사고 발생 당일인 2023년 11월 17일 오전 1시42분 국정자원 관제 시스템에는 라우터에 문제가 있다는 알림이 떴으나 종합상황실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평소 관제 시스템 이벤트 알림창을 닫아뒀기 때문이다. 서울청사 당직실 근무자는 알림을 인지했으나 종합상황실 근무자에게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문제 장비를 점검하고 긴급 조처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국통망 장애는 발생 2일 만에 복구됐다. 관련 규정에 명시된 ‘2시간 이내(105분) 복구’보다 한참 늦다. 감사원은 “국정자원에 관제체계 보완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주의·통보했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