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사진) 검찰총장 대행이 29일 검찰 구성원들에게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매우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지난 26일 이뤄지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검찰 수뇌부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은 세부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무너진 집에 인테리어 하겠다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노 대행은 이날 검찰 구성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검찰 구성원이 느꼈을 당혹감, 허탈감, 억울함과 우려를 떠올리면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는 수사 등으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노력, 가족들도 살뜰히 돌보지 못한 채 밤잠을 설쳐가며 애쓴 날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검찰을 이끄는 노 대행 등 검찰 수뇌부는 정부조직법 통과 전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내부 지적을 받아 왔다. 노 대행은 국회 본회의 의결 전날에야 “헌법에 규정된 ‘검찰’을 지우는 것은 도리어 성공적인 검찰개혁에 오점이 될 수 있다”며 첫 공식 입장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조직적으로 저항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걸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일선에서는 검찰개혁의 얼개를 잡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무기력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검사장은 “디테일을 잘 다루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살던 집에서 쫓겨나 쓰러져가는 집에 가게 됐는데 인테리어는 신경 써서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검에서는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쟁송을 적극 검토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최인상 서울북부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 부장검사는 이날 “지난 23년이 한순간에 저물어야 하는 야만의 시대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사표를 냈다. 정부조직법 통과 당일에는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했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프로스에 “죄 없는 차호동 (검사) 대신 검찰 지휘부가 책임을 지라”고 썼다.
법무부는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에게 서신을 보내 “고위공직자로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인적 의견을 SNS에 게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행에 유의하고 검사장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임 지검장 사례를 앞세워 검찰 내부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구성원들 전체가 전반적으로 같이 조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