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인도 조선소와 맞손… ‘기회의 땅’으로 항해하는 K조선

입력 2025-09-30 00:21

삼성중공업이 인도 최대 규모 조선소와 손잡고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 인도는 정부 주도의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곳으로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도 인도 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인도의 스완 조선소와 ‘조선·해양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인도 북서부에 있는 스완 조선소는 초대형 유조선(VLCC)과 해양 설비 건조가 가능한 인도 최대 규모의 드라이 도크를 갖추고 있다. 드라이 도크는 선박을 물 밖으로 꺼내 선박 유지 보수 작업 및 구조적 수리를 할 수 있는 특수 시설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협약을 통해 신조 선박 설계부터 구매, 생산관리 등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남궁금성 삼성중공업 생산지원본부장은 “삼성중공업은 앞으로도 미래 신성장 기회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인도 조선소와 협약을 맺은 이유는 신흥 시장으로 뜨는 인도 공략 차원에서다. 현재 인도 정부는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암릿 칼’은 황금기라는 뜻으로 2047년 인도의 조선업 황금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20위 수준인 조선업 순위를 2030년 10위, 2047년 5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1500여척 규모의 상선을 2047년까지 약 2500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켄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약 9000만 달러 규모였던 인도 선박 건조·수리 시장은 지난해 11억2000만 달러(약 1조5700억원)로 12배 이상 급성장했다. 오는 2033년까지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다른 조선업체도 인도를 향해 분주히 움죽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7월 인도 노이다 지역에 ‘한화오션 글로벌 엔지니어링 인도 센터’를 열었다. 성장 중인 해양 플랜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한화오션은 이곳에서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의 상세설계 업무 일부를 수행할 예정이다.

HD현대 역시 지난 7월 인도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코친조선소 설계·구매 지원과 생산성 향상 및 글로벌 수준의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 협력, 인적 역량 강화, 교육 훈련 체계 고도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 인도 및 해외 시장에서 선박 수주도 공동으로 모색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정부 주도의 지원책과 해외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성장 중인 지역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도 크다”며 “일본 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도가 신규 선박 발주 감소에 따른 조선업 ‘피크 아웃’(고점 이후 하락) 우려를 돌파할 신시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