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사법권 침해라는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강행할 태세다. 청문회는 대선 전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합의 과정과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회동설 등을 묻겠다는 이유로 여당 주도로 추진됐다. 하지만 국회가 대법원장 등 대법관 6명을 줄줄이 불러 합의 과정을 따질 경우 삼권 분립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 법원조직법에도 합의 과정을 비공개하기로 돼 있다. 게다가 회동설은 사실 확인도 안 된 유튜브발 전언이다. 그러니 이들 6명 전원이 청문회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이들 중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때 무죄 입장을 낸 2명도 포함돼 있다. 그만큼 청문회 개최 명분이 약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어제 “조 대법원장이 뭐라고 청문회를 거부하는가. 사법부도 조 대법원장도 국민 아래, 하늘 아래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국민 아래에 있는 이 대통령도 국회가 출석을 요구하면 청문회에 나와야 할 판이다. 그런데 여당이 대법원장에 대해선 출석을 당연시하면서 그동안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대통령실 김현지 총무비서관(현 부속실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대해선 왜 그토록 반대했던가. 짐작건대 야당이 김 비서관을 불러 망신을 주거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이유였을 것 같은데,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면 여당은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와중에 대법원 청문회로 여야가 대립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는 아닐 것이다. 대립하다가도 국민 삶에 중요한 일이 터지면 싸움을 멈추고 긴급한 민생 현안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을 향해 “화재가 심각하니 재난 수습을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자” “화재 수습에 여야 없이 힘을 모으자”고 했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아주 긴박한 민생도 아닌 대법원장 청문회는 왜 멈추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