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 수습 힘 모으자면서 대법원장 청문회로 싸우나

입력 2025-09-30 01:2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권 침해라는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강행할 태세다. 청문회는 대선 전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합의 과정과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회동설 등을 묻겠다는 이유로 여당 주도로 추진됐다. 하지만 국회가 대법원장 등 대법관 6명을 줄줄이 불러 합의 과정을 따질 경우 삼권 분립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 법원조직법에도 합의 과정을 비공개하기로 돼 있다. 게다가 회동설은 사실 확인도 안 된 유튜브발 전언이다. 그러니 이들 6명 전원이 청문회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이들 중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때 무죄 입장을 낸 2명도 포함돼 있다. 그만큼 청문회 개최 명분이 약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어제 “조 대법원장이 뭐라고 청문회를 거부하는가. 사법부도 조 대법원장도 국민 아래, 하늘 아래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국민 아래에 있는 이 대통령도 국회가 출석을 요구하면 청문회에 나와야 할 판이다. 그런데 여당이 대법원장에 대해선 출석을 당연시하면서 그동안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대통령실 김현지 총무비서관(현 부속실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대해선 왜 그토록 반대했던가. 짐작건대 야당이 김 비서관을 불러 망신을 주거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이유였을 것 같은데,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면 여당은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와중에 대법원 청문회로 여야가 대립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는 아닐 것이다. 대립하다가도 국민 삶에 중요한 일이 터지면 싸움을 멈추고 긴급한 민생 현안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을 향해 “화재가 심각하니 재난 수습을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자” “화재 수습에 여야 없이 힘을 모으자”고 했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아주 긴박한 민생도 아닌 대법원장 청문회는 왜 멈추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