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톡 첫 화면인 ‘친구 탭’을 서비스 개편 이전의 ‘친구목록’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15년 만의 카카오톡 개편안에 냉담한 반응이 쏟아지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반발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업데이트에 나선 이유로 변화에 대한 절박함과 함께 경쟁자 ‘전멸’로 인한 메신저 시장 독점 구도를 꼽는다.
카카오는 29일 “기존 친구목록을 카카오톡 친구 탭의 첫 화면으로 되살리고, 현재의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 메뉴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친구 탭 개선 방안은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해 올 4분기 안에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와 함께 미성년자 보호 기능 설정을 더욱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7일 ‘지금탭(숏폼)’ 내에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신설한 데 이어 신청과 설정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로서는 지난 23일 발표한 업데이트 원안을 6일 만에 철회한 셈이 됐다.
업계에서는 여론과 거리가 먼 개편이 강행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지목하고 있다. ‘국민 메신저’라고도 불리는 카카오톡의 시장 점유율은 95% 안팎에 달한다.
대항마가 없다 보니 이용자들 사이에서 카카오톡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다른 메신저로 갈아타자’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실제 현실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일시적으로 네이버 라인과 텔레그램 이용자 수가 합산 100만명 가까이 늘기도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카카오톡 ‘원톱’ 체제로 복귀했다.
카카오톡의 이번 개편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도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MSN·버디버디·네이트온 등 시장을 독과점했던 여러 메신저들도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잃은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친구 탭 개선 계획 외에도 여러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