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중동에서 위대함을 이룰 진정한 기회를 잡았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의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위한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해 “모두가 특별한 일을 위해 동참했다. 사상 최초의 일”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도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다”며 “모두가 합의를 위해 모였지만 아직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랍 국가들이 이 문제를 협력하는 데 환상적이었다. 하마스도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아랍 세계는 평화를 원하고 이스라엘과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물밑 접촉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날 뉴욕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아랍 지도자들과 이스라엘, 미국 간의 매우 복잡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나는 지난 몇 달간 어느 시점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카타르와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 21개 항의 평화 구상을 제안했다. 이 구상에는 영구 휴전과 인질 전원 석방, 가자지구 주민 강제 이주 반대 등이 포함돼 있다. 가자지구 새 통치기구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참여하지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행정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가자 국제 과도 통치기구’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 무장 해제와 PA의 역할 등 평화 구상 세부 내용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구상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이견을 나타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질을 구하고 싶기 때문에 이 계획이 실행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세부 사항에 대해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NN은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네타냐후가 휴전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고 수정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 극우 강경파는 PA가 개입되는 어떤 협상도 반대한다며 네타냐후를 압박하고 있다.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모든 제안을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중재에 나선 카타르와 이집트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최근 가자지구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26일에도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며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올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