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처치·청빙의 변화… 내년 목회 큰 흐름을 읽다

입력 2025-09-30 03:02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화성 조암제일교회(김재도 목사)는 주일마다 평균 3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지만 전도회를 비롯한 각종 조직을 두지 않는 특징이 있다. 대신 목회를 위해 필요한 핵심 사역만 유지하고 있다. 간단한 교회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가 성가대를 폐지한 것이다. 이 교회는 대신 목장(소그룹)이 돌아가면서 주일 특송을 맡는다. 교회 본질이 영혼 구원에 있다는 이유에서 간소화한 조직으로 전환했다. 조직을 단순화하고 교회 전체가 ‘하나의 가족 공동체’로 연결되도록 한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대표 지용근)는 이런 흐름을 ‘심플처치’로 정의하며 내년 한국교회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단순히 예배나 프로그램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역을 재조정하고 본질에 다가서는 방식을 의미한다.

목데연은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최창남)과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트렌드 2026’ 출판기념회를 열고 내년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한국교회 트렌드 10가지(표 참조)를 공개했다.

2026 트렌드를 위해 목데연은 지난 5~6월 전국 목회자, 이주민 선교 단체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507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교회를 관통할 10가지 트렌드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했다.

트렌드 가운데 하나인 ‘청빙, 비욘드 콘테스트’는 설교를 듣고 후임 목사를 선정하는 전통적 청빙문화를 넘어선 새로운 청빙 흐름을 말한다. 향후 10년 내 다수 목회자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임 목사 청빙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조사 결과 성도들이 담임목사 후보자 평가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중복 답변)은 ‘성품·인성·도덕성’(54.4%)이었다. 이어 ‘목회 철학과 비전’(36.2%) ‘성도들과의 소통 능력’(30.5%) 등이 뒤를 이었다. 청빙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으로는 ‘청빙 절차의 투명성’(25.4%)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조사에 참여한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외부에 좋은 목사로 알려져 있더라도 교인과의 관계나 언행 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밝혀지지 않은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특히 재정이나 이성 문제 등은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새로운 청빙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목회자들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를 목회 비서처럼 활용하는 ‘AI 목회 코파일럿’도 내년 트렌드로 꼽혔다. 목회자 80%가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3년(41%)과 견줬을 때 2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향후 교회 안에서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분야(중복 답변)로는 ‘교회 행정 전산화’(63.9%) ‘회계·예산관리’(42.1%) ‘예배·설교’(32.3%) 등이 꼽혔다.

사람들 마음속에 영적인 갈망이 숨겨져 있는 것을 의미하는 ‘호모 스피리추얼리스(Homo spiritualis)’ 현상도 주목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83.9%가 영성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2~3년과 비교해 영성 생활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엔 23.6%가 ‘많아졌다’고 답했다. ‘비슷하다’와 ‘적어졌다’는 응답은 각각 57.7%와 18.7%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영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수 서강대 종교연구소 연구원은 “교회는 종교가 가진 본연의 가치와 이성으로는 다 이해되지 않는 신비로움을 회복해야 한다”며 “성도들에게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본질적인 영적 충만감”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규모는 작지만 뚜렷한 목회 철학과 공동체성으로 힘 있게 사역하는 ‘강소교회’, 무속에 빠지는 그리스도인의 행태를 뜻하는 ‘무속에 빠지는 그리스도인’ 등도 새 트렌드로 제시됐다.

지용근 대표는 “교회의 오랜 권위적 수직 구조 대신 사회에 자리잡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할 때 미래 세대를 품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