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국내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은 치열한 각축장이었다. MSN메신저는 2000년대 초반 ‘직장인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 출시된 버디버디가 젊은층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하며 강자로 부상했고 이어 네이트온이 떠올랐다. 인기 서비스였던 싸이월드와 연동된 네이트온은 시장점유율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꽤 오랜 기간 국내 대표 메신저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카카오톡 등장 후 모든 게 달라졌다.
2010년 서비스 출시 후 카카오톡은 급증하던 스마트폰 보급에 발맞춰 PC 중심으로 돌아가던 메신저의 모바일 시장을 개척했다.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 이듬해엔 4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모티콘을 도입해 형식적이던 메시지에 재미와 감성을 추가했고, 보이스톡·페이스톡·라이브톡 서비스를 내놓으며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을 주도했다.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비밀채팅, 정보·콘텐츠 보관에 용이한 나와의 채팅, 전화번호나 ID 없는 이들과 대화하는 오픈채팅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하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카카오톡에 시장 경쟁은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한때 사용자가 200만명 넘게 이탈했지만 곧 회복될 정도로 경쟁사의 점유율은 미미하다. 카카오톡의 시장점유율은 95%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국민이 카카오톡을 메신저로 이용하는 셈이다. 그런 카카오톡에 큰 시련이 닥쳤다. 출시 15년 만에 서비스를 대폭 개편했는데 사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했지만 반발은 일반적인 불만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혹평이 잇따르자 카카오는 일부 기능을 수정했고, 개편의 핵심이었던 친구탭 첫 화면도 이전의 친구목록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서비스 개편은 압도적인 점유율의 절대 강자라 해도 사용자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