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신임 총회장 정훈(64) 여천교회 목사는 새 회기 총회 키워드인 용서와 사랑이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사회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정 총회장은 최근 예장통합 총회 제110회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따지고 판단하고 다투는 것은 쉽지만 참아주고 이해하며 덮어주는 건 어렵다”며 “어려워도 하나님의 자녀 된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이런 주제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예장통합 총회는 이번 회기 주제를 ‘용서, 사랑의 시작입니다’로 정했다. 일부에선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정확히 따지고 판단해야 할 문제까지 덮어놓고 용서하자는 말처럼 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정 총회장은 “취임을 앞두고 가장 고민했던 것이 새 회기 주제였는데 문제까지 덮어놓자는 게 아니라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이 정의와 평화를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정 총회장은 “설득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은 사랑할 줄 아는 것”이라면서 “남을 시기 질투하는 마음으로 구호를 외치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기에 우리를 먼저 돌아보자는 제안”이라고 했다.
예장통합은 새 회기 분쟁 현장에 화해조정위원 파송을 비롯해 예배와 소그룹 활성화, ‘세워주는 말’의 생활화 등을 주요 사역으로 내세웠다. ‘100일 이행 플랜’을 가동해 갈등 현장을 즉시 방문하고 경청과 기도의 시간을 통해 합의까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또 교회 현장에 용서를 접목하기 위해 설교와 목회자료도 배포한다.
‘세워주는 말’의 생활화는 용서가 말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정 총회장은 총회 폐회 예배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힘내라고 할 때 보통 ‘파이팅(Fighting)’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에서부터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파이팅’ 대신 ‘할렐루야’로 서로 축복하는 언어 문화를 확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 총회장은 서울 한영고를 졸업하고 목원대 경영학과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다. 전북 전주 흐르는물교회 담임목사를 거쳐 1999년부터 여수 여천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여수노회장과 총회 서기를 역임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