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별위원회 활동이 끝난 뒤에도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위증을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 증언·감정법(증감법)이 28일 본회의에서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 위헌 논란이 일었던 과거 위증 사실에 대한 ‘소급 적용’ 부칙은 제외됐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고발권 독점 횡포”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증감법 수정안을 상정했다. 당초 개정안 원안은 국정조사 특위 등 활동 기한이 정해진 위원회가 해산된 뒤 위증 사실이 밝혀졌다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국회의장 명의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었다. 하지만 민주당 주도 수정안은 위원회 활동이 끝나 위증을 고발할 위원회가 불분명할 경우 국회의장이 아닌 법사위원장 명의로 고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에 ‘추미애 검찰청’을 세운 것”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에 죄송하지만 추미애 의원이 우 의장보다 권력 서열이 더 높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정안은 또 법사위원장이 고발하지 않을 경우엔 위원회 과반수 연서에 따라 해당 위원 이름으로 고발할 수 있게 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고발권 독점’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활동 기한 종료 위원회의 고발에 관한 적용례는 삭제했다. 위헌 시비를 비껴가려는 여당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야당은 “민주당이 위헌적인 악법인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날을 세웠지만, 한편으로는 전임 정부 인사에 대한 위증 추가 고발 부담은 덜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국조 특위가 기간 만료로 해산한 상황에서 증감법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윤석열정부 인사를 고발하기 위한 ‘표적 법안’이라며 반대해왔다.
앞서 국회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과 소관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법안은 재석 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80명으로 가결됐다. 정부조직 개편에 반대한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 기획재정위, 환경노동위, 여성가족위는 각각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로 상임위 명칭이 바뀐다. 당초 민주당은 기재위를 ‘재정경제위’로 바꾸고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된 기획예산처를 운영위 소관으로 두는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하루 전날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로써 재정경제기획위에서 재정경제부와 국가데이터처 소관 사항을 담당할 뿐 아니라 기획예산처도 맡게 됐다. 개정안은 국회 의정 활동에 관한 기록물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국회기록원 설립 근거도 마련했다. 그동안은 국회 기록보관소가 국회의장과 상임위 속기록 등만 보관했으나, 모든 의원의 기록을 보관해 기록물 관리의 독립·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김혜원 성윤수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