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성동·마포구 일대 공인중개소들은 한산했다. 6·27 대출 규제에 적응한 수요자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적극 매수에 나서며 매물 자체가 감소하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추가 규제를 예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현장은 짚고 있다.
현장에서는 잠잠함과 다급함이 뒤엉킨 분위기다. 매물 자체는 많지 않아 들썩이는 시장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지만 매물이 나오는 즉시 팔려나간다. 거래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높은 가격을 불러도 성사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마포구 염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마포구에 못 들어올까 걱정하는 매수자들이 8월 말부터 9월 초에 많이 왔다”며 “물건은 없고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가격이 높게 거래됐다”고 말했다. 성동구 금호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집주인들이 최대한 집값을 높여 받으려고 매물을 거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포·성동구 등 ‘한강벨트’와 경기 과천·분당 등 강남 인접 지역의 아파트값이 심상찮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2일 기준) 기준 성동구(11.2%)와 과천시(12.2%)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 대비 10% 이상 올랐다. 분당구(8.8%)와 마포구(8.6%), 양천구(7.4%), 강동구(7.0%) 등도 크게 뛰었다. 대출 규제에 적응한 수요자들이 규제가 덜한 대체지로 눈을 돌린 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9·7 공급 대책이 발표됐지만 매수 대기자들을 안심시키진 못한 모양새다. 성동구 금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통령이 100일 기자회견에서 ‘단계별로 부동산 대책이 많이 있다’고 해서 다음엔 어떤 규제가 나올지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조만간 이 지역들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규제지역이 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강화되고, 다주택자에게 취득세 중과세율과 양도소득세 중과가 적용돼 매수세를 잠재울 수 있다. 현재 규제지역은 강남 3구와 용산구뿐이다.
토허구역 확대 지정 카드도 있다. 토허구역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낀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당장 토허구역이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토허구역 지정권 확대를 포함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 마련 등에 시간이 필요해서다. 9월 아파트 거래량은 27일 기준 3478건으로 지난 6월(1만884건)의 3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추가 대출 규제 방안도 언급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거나 전세대출 및 정책대출까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에 포함하는 방안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추석 전에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영 권중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