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돌파구 삼던 배터리업계, 국정자원 화재로 ‘안절부절’

입력 2025-09-29 02:07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사고를 계기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될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다양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이 부각될 경우 ESS 사업의 주민 수용성이 떨어지는 등 추진 동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배터리 업계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의 원인이 된 배터리는 2012~2013년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 셀을 공급받은 업체가 무정전 전원장치(UPS) 형태로 제작해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했다. 사용 연한 10년이 지났지만 올해 6월 정기 안전점검에서 배터리 상태는 정상으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기관이 정밀 감식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가 기술 결함의 문제라기보다는 ‘작업 실수’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 서버와 함께 있던 UPS용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UPS 배터리를 옮기려면 반드시 전원을 먼저 차단한 뒤 케이블(전선)을 해체해야 하는데, 이번 화재는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전선을 해체하다가 전기 단락(쇼트)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힌 행안부와 국정자원 측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화재 경위와 별개로 한 번 불이 나면 열폭주로 인해 단시간 내 진화가 어려운 배터리 특성상 ESS 사업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가 통하지 않는 윤활유를 활용한 액침냉각 등의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지만 작업자 실수 등으로 인한 화재까지 원천 차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296건의 배터리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까지 약 23기가와트(GW)의 ESS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2029년까지 2.22GW 규모 ESS를 추가 설치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540메가와트(MW) 규모의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마무리한 데 이어 연내에 2차 입찰도 끝내기로 하고 지난 19일 사업자 간담회를 열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화재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ESS용으로 주로 공급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발열이 적고 폭발 위험이 낮다”며 “이번 화재와 ESS 사업을 연결 짓는 건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