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 고관세 직격탄… 제조업 체감 경기 급속 위축

입력 2025-09-28 18:43 수정 2025-09-28 18:49

미국 정부의 고율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제조업 체감경기가 다시 얼어붙었다.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 업종이 관세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출 전망이 급격히 악화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업체 2275곳을 대상으로 ‘2025년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4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3분기 전망치보다 7포인트,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1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BSI가 100 이하라는 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 BSI는 2021년 3분기 이후 17분기 연속으로 기준치 100을 넘기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회복 기류가 형성됐으나 미국 관세 여파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철강, 제약 등 업종에서 관세가 이미 발효됐거나 관세 부과가 예고되면서 수출기업의 전망치(-13포인트)가 내수기업(-5포인트)보다 크게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전 업종 전망치가 100을 넘지 못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60) 업종은 이달부터 일본, 유럽연합(EU)보다 높은 25% 관세율이 적용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서 전망치가 전 분기 대비 16포인트 떨어졌다.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비금속광물(56), 철강(63), 석유화학(63) 업종은 70선 아래 머물렀다. 철강의 경우 50% 대미 관세, 석유화학은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분기 전망치가 기준치를 상회했던 화장품과 제약·바이오 업종도 1분기 만에 적신호가 켜졌다. 화장품(69)은 미국의 소액 소포 면세 혜택 폐지로 수출 기대감이 꺾이며 전망치가 전 분기 대비 44포인트나 급감했다. 제약·바이오(87) 업종 역시 미국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반도체(98)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를 기반으로 기준치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식품(98)도 추석 명절 특수와 ‘K푸드’ 수출 호조로 상대적으로 높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그동안 부진한 내수를 수출 회복세가 뒷받침해 왔으나 최근 미국의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대미 수출기업은 물론 중소 협력업체의 경영여건까지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규제 완화,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지원책을 확대해 대외충격을 버틸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