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발급기도 안돼”“서류 직접 내야 하나” 당황·불편 호소

입력 2025-09-29 02:03
‘발급 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28일 서울 종로구청 무인민원발급기에 붙어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정부의 온라인 서비스가 줄줄이 멈추면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권현구 기자

20대 회사원 A씨는 28일 “정부24가 막혀 급하게 회사에 제출할 증명서를 뽑으러 구청에 왔는데 무인민원발급기까지 작동을 안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모(27)씨는 “장학금을 받으려면 다음 주까지 내야 할 서류가 많은데 정부24 서비스가 멈춰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부24 홈페이지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장애 복구 시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떠 있었다. 일부 국가고시 증명서, 자원봉사 확인서도 발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우체국 우편물 배송 서비스도 중단됐다. 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낸 30대 B씨는 “지난 26일 관련 서류를 학교 측에 등기로 보냈지만 배송 조회가 안 되고 있다”며 “다음 주가 접수 마감인데 그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류를 들고 직접 학교로 찾아갈지 고민하고 있다. 대리인 제출이 가능한지 문의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줄줄이 멈추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우편·물류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음 달 14일까지 전국 우체국을 통한 우편은 지난해 대비 4.8% 증가한 일평균 160만개가량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 서울의 한 우체국에서 만난 당직 직원은 “29일까지 서버 복구가 안 되면 명절을 앞둔 상황에서 운송이 지연되고, 사람들이 창구에 몰려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곳곳의 우체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는 ‘입출금, 이체 등 우체국의 모든 금융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SNS에는 “우체국 카드로 결제를 못 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은행권에서도 신분 확인이 필요한 온라인 입출금 계좌 개설과 인증서 발급, 일부 대출 관련 업무가 마비됐다.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심사를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 대신 고객이 직접 올린 실물 서류 이미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신분증 관련 기능도 대부분 이용 불가능하다.

PC·모바일의 부동산 거래 신고 서비스도 멈추면서 온라인상 부동산 거래 신고나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가 막혔다. 거래 신고를 하려면 평일에 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토지대장 등 부동산 관련 서류도 온라인 발급·열람이 불가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일사편리)도 먹통으로, 토지(임야)대장, 공유지연명부, 대지권 등록부, 지적(임야)도, 부동산종합증명서 등 8가지 서류를 발급할 수 없다.

정부 각 부처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정사업본부는 화재로 멈췄던 서버 시스템을 재가동해 이날 오후 9시 우체국금융 서비스를 재개했다. 다만 우편 서비스 시스템은 여전히 먹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오전 우편 서비스 재개를 목표로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서비스 마비로 부동산 관련 신고가 늦어진 경우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7일에 이어 이날도 긴급회의를 열고 합동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이억원 위원장이 지휘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로 격상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산재보험 토털서비스, 노동보험시스템이 멈추면서 신고 사건을 방문·팩스로 접수하도록 지시하고 비상대응본부를 꾸렸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신고·보고 시스템 장애로 긴급 사례는 유선으로 종합상황실에 신고토록 전환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자바우처, 진료기록 전송지원시스템 장애에 따라 관련 기관에 즉시 상황을 전파하고 대체 절차를 마련했다.

이찬희 김진욱 양윤선 기자, 세종=김윤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