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선보인 카카오톡 대개편에 투자자들도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카카오 주가는 개편안 발표 이후 나흘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실적을 끌어 올릴 혁신은 고사하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폭주하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1점 리뷰’ 등 혹평이 잇따르자 카카오는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탭’ 일부를 수정했고 ‘친구탭’의 추가 개선 방안도 곧 공지할 예정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최근 4거래일 동안 10.69% 하락했다. 카카오가 지난 23일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if) 카카오’를 통해 15년 만에 카카오톡 개편안을 공개한 후 실망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카카오 시가총액은 29조3670억원에서 26조2269억원으로 3조4055억원 쪼그라들었다. 개편안 발표 첫날 4.67% 하락한 카카오 주가는 26일에는 경쟁사인 네이버가 두나무와 합병한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해 6.17%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에 나섰다. 최근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1578억원, 기관은 1757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개인은 3304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3만61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카카오 주가는 스테이블코인 기대감과 신규 서비스 공개 기대감으로 6만원 중후반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이용자 불만이 거세지자 주가가 5만원대로 다시 내려왔다.
이용자들의 불만은 우선 카카오톡 첫 번째 ‘친구 목록’ 탭을 인스타그램과 유사하게 바꾼 것에 집중된다. 기존에는 친구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가 목록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친구의 프로필과 배경 사진 등이 인스타그램 피드 형태로 보인다. 숏폼 기능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세 번째 탭은 오픈 채팅이었지만 숏폼으로 달라졌다. SNS 서비스와 결합한 이번 개편으로 정작 메신저로서 본연의 기능은 약화됐다는 불만이 많다. 서비스 속도가 느려진 것도 불만의 이유다.
앞서 UX(사용자경험) 그룹 피엑스디는 사용자 분석 도구로 카카오톡 업데이트 당일인 지난 23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달린 리뷰 1000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업데이트 전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리뷰가 42%로 가장 많았다.
카카오는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서비스를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반응과 피드백을 면밀히 듣고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전날에는 숏폼탭에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미성년자가 숏폼 콘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는 학부모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즉각 반영한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카카오 실적이 개선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비해 카카오톡 친구들의 대부분은 관심보다는 필요 때문에 저장됐다는 차이점이 있다”며 “다른 SNS처럼 해당 피드들의 콘텐츠와 광고를 소비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개편 초기 이용자의 저항이 관건이지만 결과적으로 체류 시간 증대로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중심 개편이 광고 매출 증가를 이끌 수 있는 만큼 주가 조정 시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양윤선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