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을 맞아 경쟁 부문을 신설하며 어엿한 ‘경쟁영화제’로 도약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간의 여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국내외 주요 영화인이 대거 참석하며 예년보다 많은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고,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도 성황을 이뤄 아시아 영화 중심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올해 영화제 규모는 역대 최대였다.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영화 328편이 상영됐다. 지난해보다 2만명 늘어난 관객 17만5000여명이 찾았고, 국내외 영화인 7036명이 게스트로 초청됐다. 박광수 이사장은 “올해는 영화제 기간 중 공휴일이 없었음에도 기대 이상의 호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제 기간 진행된 ACFM는 연일 붐볐다. 전 세계 54개국 1222개 업체 등 역대 최대 규모인 3만여명이 참가했다. 마켓 등록 관계자의 60%가 외국인이었다. 영화제 측은 “아시아 콘텐츠 생태계의 중심축으로서 ACFM이 글로벌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층 확대됐음을 의미하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가장 이목을 끈 건 역시 경쟁 부문 시상이었다. ‘비경쟁’ 원칙으로 치러 온 부산영화제는 올해부터 아시아 영화 14편을 경쟁 부문에 초청하며 경쟁영화제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영화를 위한, 좀 더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폐막식에서 발표된 ‘부산 어워드’ 대상은 중국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이 거머쥐었다. 심사위원장인 나홍진 감독은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쉽게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장률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도 반드시 이 무대에 서겠다”고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감독상은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해 첫 장편 ‘소녀’를 연출한 수치(서기) 감독이 받았다. 그는 자신을 감독의 길로 이끌어 준 허우 샤오시엔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마음의 상처를 가진 모든 소녀들이 용감하게 집 밖으로 나가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만장일치로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에게 돌아갔다. 배우상은 ‘지우러 가는 길’의 배우 이지원과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세 주연 기타무라 다쿠미, 하야시 유타, 아야노 고가 차지했다. 예술공헌상 수상자로는 ‘광야시대’의 미술감독 리우 창과 투 난이 선정됐다. 정 위원장은 “성실하고도 치열한 격론 끝에 결과에 도달했다”며 “내부적으론 첫발을 잘 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영화제 기간 중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부산을 찾아 영화계 지원을 약속했다. 박 이사장은 “2022년 영화제 예산의 20%가 국비였는데 매년 줄어 올해 4%까지 떨어졌다”며 “글로벌 영화제로 발전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