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미국산 대두 가격이 폭락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미국 농가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대두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27일 중국 시나재경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산 대두 수입을 크게 늘렸다. 중국이 올해 1~8월 브라질에서 수입한 물량은 총 6600만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아르헨티나와도 대두 100만t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가을 수확철이 시작된 미국산 대두 주문은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650만t을 계약했던 것과 비교된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해 수출한 대두의 52%를 수입했지만, 지난 4월 미국의 고율 상호관세에 맞서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5월부터는 미국산 대두 주문을 중단했다. 올해 1~7월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지난해 초 1부셸(약 27㎏)당 약 13달러였던 대두 가격은 최근 10달러까지 낮아졌다.
미네소타 대두 농가 협회장인 다린 존슨은 “우리는 지금 시간과 싸우고 있다”며 “(중국과 무역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져도 이번 수확철에는 제때 출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FT는 중국의 수입 중단이 미국의 주요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경합주에 속한 중서부 대두 농가에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핵심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리가 만든 관세 수입 일부를 관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타격을 입을 농부들에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도 “아마도 앞으로 몇 주 안에” 농가에 재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대두협회 수석 경제학자인 스콧 겔트는 “(자금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경쟁국 확장에 따른 영구적인 시장 점유율 손실을 막지는 못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때도 미국은 중국의 대두 수입처 다변화로 브라질에 20%의 시장 점유율을 내줬지만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부터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불합리한 관세를 철회하고 양국 간 무역 확대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