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정용진·유경 남매 공동 경영 체제 아래 처음 실시된 인사다. 1980년대생 임원과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전면에 등장했다.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명확히 드러낸 쇄신 인사로 평가된다.
2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는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85년 입사 후 약 40년간 그룹에 몸담고 ‘하우스 오브 신세계’, ‘스위트 파크’ 등 주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정유경 회장의 배우자인 문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직도 겸하게 됐다. 가족이자 경영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했다.
전자상거래 부문도 전열을 다시 짰다. 신세계와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으로 재편된 G마켓은 신임 대표로 제임스 장을 내정했다. 장 신임 대표는 알리바바의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를 이끌었던 글로벌 전문가다. 셀러들의 해외 진출과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역량 강화를 통해 G마켓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7월 정형권 대표 선임 이후 1년 만의 교체다. SSG닷컴 대표로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내정됐다. 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 간 시너지를 강화해, 신선식품 등에서 SSG닷컴만의 차별화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성과가 미진했던 계열사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 코스메틱2부문 대표에는 85년생 이승민 대표가 각각 내정됐다. 이 대표는 신세계그룹 사상 첫 여성 CEO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임 대표로는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선임됐다. 조선호텔과 스타벅스 대표 등을 지낸 베테랑 경영인인 이 대표는 적자가 지속 중인 면세 사업의 정상화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신세계푸드는 임형섭 B2B 담당이 새 대표로 발탁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최훈학 전 SSG닷컴 대표가 새 수장을 맡는다.
이번 인사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신임 임원 32명 중 14명이 40대다. 40대 비중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진 것도 관심을 모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미래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등 대외 일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알리익스프레스·G마켓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도 인사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