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통위법 통과에 ‘자동면직’ 이진숙 “헌법소원·가처분할 것”

입력 2025-09-28 18:38 수정 2025-09-28 18:4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을 면직시키기 위해 졸속 추진된 표적 입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법안이 공포되면 이 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이병주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주말 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자신을 면직시키기 위해 졸속 추진된 표적 입법이라는 주장이다. 범여권은 “자연인으로 돌아가 역사 앞에 반성하며 자숙하라”고 받아쳤다.

이 위원장은 2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 법률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헌법소원, 가처분 등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법이 졸속으로 통과됐고 너무나 위헌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국민께 알리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전날 본회의에서 재석 177명 중 찬성 176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방미통위 설치법은 방통위를 폐지하는 대신 방미통위를 신설해 기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던 유료방송 관련 정책까지 담당케 하는 게 골자다. 방미통위는 방통위 때보다 2명 늘어난 7명의 위원(상임 3인, 비상임 4인)으로 구성된다. 또 현재 방통위 소속인 공무원은 방미통위로 승계되나 정무직 공무원(위원장)은 예외다. 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이 위원장은 자동 면직되는 셈이다.

이 위원장은 여당이 자신을 겨냥해 해당 입법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법안은 (구멍이 많은) 치즈 법령, 표적 법령”이라며 “정무직인 저를 사실상 면직·해임하는 것인데 왜 정무직은 해임하고 임용직은 (해임) 안되나. 왜 정무직은 면직돼야 하는지 설명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법안 내용과 별개로 기자회견 여건에 대한 불만도 터뜨렸다. 통상 국회 기자회견이 열리는 소통관 2층 회견장은 주말에 의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같은 규정이 특권이라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이날 1층 로비에서 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도 거들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방통위법 일부 개정만으로도 충분했을 일을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 이를 명분으로 방통위를 해체하는 것”이라며 “이 위원장을 몰아내고, 이재명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로드맵”이라고 규정했다.

범여권은 즉시 반박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이 이번 결정을 정치적 숙청으로 왜곡하며 스스로 희생양인 양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이 방미통위 설치법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내가 내 사형장에 들어가서 내가 사형·숙청되는 모습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던 것을 두고는 “국민을 호도하며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평가했다.

방미통위로의 개편 이유를 두고는 그간 방통위와 과기부로 나뉘어 있던 방송·미디어 거버넌스를 일원화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방통위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관련 당사자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역사 앞에 진솔히 반성하며 자숙하는 것이 국민 앞에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