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금융 빠진 재정경제부…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

입력 2025-09-29 00:14
기획재정부 중앙동 청사. 기획재정부 제공

이재명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기획재정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계획과 달리 금융 당국 조직개편이 백지화되면서 예산 기능을 상실한 채 세제·거시정책·국제금융 관련 기능만 남았기 때문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두 부처의 권한과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선 재경부의 권한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원래는 핵심 기능인 예산을 떼어내되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하는 구상이었으나 가져오지 못했다. 예산과 금융이라는 경제부처로서의 양대 축이 분산되면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은 세제 기능 역시 매년 세법개정안으로 일괄 처리되는 구조여서 탄력적인 정책 카드로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책조율 기능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그간 기재부는 경제 주무 부처로서 범부처 현안의 사태 수습을 이끌어왔다. 2020년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당시에는 물가·유통 부처를 아우르며 공급 안정 대책을 총괄했고, 2022년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 국면에서도 채권시장 안정화 방안을 주도하며 금융 시장 충격을 막았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권한이 축소되면 유사시 정책 공백·분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대신할 리더십이 사실상 대통령실밖에 없는 만큼 정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재정 간의 조화보다는 권한 분산에만 초점 맞추는 바람에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이번 조직개편이 정부 정책 집행 과정의 효율성을 위한 것인지, 예산 절약을 위한 것인지 방향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외청으로 있던 통계청이 국가데이터처로 승격돼 분리되는 점도 권한 약화의 배경이다. 그동안 경제정책 수립 기반이던 통계 기능까지 빠져나가면 재경부의 종합 정책 역량은 한층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통계청은 내달 1일 국가데이터처 출범을 앞두고 권한 강화와 함께 데이터 생산·관리·활용 체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통계청이 독림된 기관으로서 경제부처 산하를 벗어나는 건 1990년 12월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 35년 만이다.

다만 국가데이터처가 출범해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먼저 ‘부처 간 칸막이’부터 해소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정책 수행 과정에서 생겨나는 통계·데이터를 별도 관리하고 있어 국가 통계 전반을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권한 보장을 위해선 인적 기반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수장의 임기 보장 문제 같은 오랜 과제는 이번 개정에서도 논의되지 않았으며, 인력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통계청 전체 직원 수(지방청·소속기관 포함)는 2221명에서 216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