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발언이 갈수록 고약해지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경북산불특별법안 본회의 표결 중 기권표가 나오자 “호남에선 불 안나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재난에 영·호남이 어디 있느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지역감정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달 초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노상원 수첩이 현실화됐으면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란 여당 대표의 연설에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외쳤다가 결국 사과해야 했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22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그리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말했다가 비난에 휩싸였다. 앞서 나 의원도 회의 때 “(여당)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으라. 아무것도 모르면서”라고 발언해 권위주의 논란을 불렀다.
여야 대표의 설전도 점입가경이다. 지난 2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청래는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정 대표는 “윤석열 똘마니 주제에 얻다 대고 입으로 오물 배설인가”라고 맞받았다. 지난 24일 “얻다 대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 하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는 정 대표 발언도 문제가 됐다.
말은 사람의 속을 비추는 거울이다. 말의 품격은 그 사람의 품성을 엿보게 하고 말에 실린 속내는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흥분됐을 때, 좌중이 혼란할 때 무심결에 나오는 말이나 상대를 공격 또는 비아냥거리려고 작심하고 하는 말일수록 깊숙한 속내가 더 잘 드러난다.
그런데 정치인의 말이 단지 본인의 품격과 속만 비출까. 듣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정치인이 속한 정당과 지지층, 유권자까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소속 당과 지지층, 유권자한테 누가 되지 않으려면 정치인들이 하고 싶은 말도 참고 가려서 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정치인들이 거친 말로 주목을 끌어 얻는 표보다 그 품격과 속내에 실망해 등을 돌리는 국민의 표가 많아져야 그들의 말이 더 빨리 정제될 수 있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