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 반대’를 공식 선언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라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대만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WSJ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미국의 대만 정책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이를 이용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더 나아가 “반대한다”고 표명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비공식적으로 전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이 동의 없이 해당 발언을 공개해 미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용인하면서도 대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따라서 “지지하지 않는다”와 “반대한다”는 단순한 표현 차이를 넘어 미국이 중립적 태도에서 벗어나 대만 독립 문제에서 사실상 중국 편에 서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최근 중국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투자자들에 매각하는 데 합의한 가운데 다음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반면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불안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양국의 보도자료에선 대만 문제가 이례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만에 대한 4억 달러(5640억원) 규모의 방위 지원 패키지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조치들을 두고 미국이 대만 문제보다 중국과의 무역 합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