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는 현대차·기아… 북미 픽업트럭 시장 공략

입력 2025-09-29 02:06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수익성 개선의 새로운 기회로 ‘픽업트럭’에 주목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와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친환경 픽업트럭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현대차·기아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나란히 북미 시장을 겨냥한 픽업트럭 신차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2030년 전까지 중형 픽업트럭을, 기아는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전동화 중형 픽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발표한 제너럴모터스(GM)와의 차세대 차량 공동개발 계획에도 픽업 모델이 포함됐다. GM과의 협업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차종이지만, 장기적으론 북미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픽업트럭은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차급이다. 시장조사업체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285만3786대가 판매돼 전체 자동차 판매의 17.9%를 차지했다. 전 세계 픽업 판매량의 60%에 육박한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이 204만682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늘었다.

다만 시장 구도가 녹록지는 않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 4개사가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과점 체제다. 지난해 기준 GM과 포드가 각각 35.6%, 30.9%를 점유했다. 스텔란티스와 토요타가 13.9%, 12.3%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점유율은 최근 4년간 1% 안팎에 머물렀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기아 픽업은 2021년 출시된 싼타크루즈(사진) 한 차종뿐이다.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되는 싼타크루즈는 지난달까지 누적 13만4075대가 판매됐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경쟁력을 무기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친환경 픽업트럭 판매량은 28만950대로 전년 대비 64.6% 늘었다. 전기 픽업은 9만1899대, 하이브리드 픽업은 18만9051대가 팔렸다. 친환경 픽업 비중은 2021년 1.7%에서 지난해 9.8%까지 상승했다. 지난 1~8월 판매량도 21만1947대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현대차가 GM과 함께 준비하는 차세대 픽업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다. 기아는 전동화 모델로 시장에 진입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강점을 지닌 전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 픽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