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번 주 코스피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 상승 랠리를 이끈 인공지능(AI)주가 정점을 통과하면서 주가가 약세로 전환된 데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들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던 글로벌 증시는 지난 26일 대부분 약세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2.45% 급락하며 지난 12일 이후 10거래일 만에 3400 아래로 떨어졌다. 미 뉴욕증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등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이 같은 약세 전환은 최근 급격히 오르던 AI 기업의 주가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탓이라는 시각이 많다. 단기간 주가가 빠르게 올라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에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드러냈다. 조만간 발표될 미 고용 지표와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등에서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 꺾이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 역시 위축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 미 관세 협상이 코스피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뜻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의 대미 투자 금액을 일본과 가까운 5500억 달러까지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보도로 협상 과정에서의 잡음이 금융 시장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원 달러 환율마저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6일 1410원대로 뛰었다. 달러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을 부를 수 있는 요소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곧 발표될 미국의 고용 지표와 제조업지수가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그 결과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라면 달러 강세가 지속하고 이 경우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는 증시에 특별한 호재가 없다면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긴 연휴를 앞두고 불확실성 노출을 회피하기 위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경우 추가 약세도 가능하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