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유럽처럼 ‘기후 벤치마크 지수’를 주식 시장에 도입해 녹색금융을 실현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제안이 나왔다. 도입 시 현행 코스피에 비해 탄소 집약도를 대폭 낮추면서도 수익률은 오히려 소폭 높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동반됐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주식시장을 통한 녹색 전환 촉진 방안’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 강화와 신뢰성 있는 기후 관련 정보 공개가 글로벌 투자 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여 주식 시장 전반의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한국식 기후 벤치마크 지수 도입 방안을 검토했다.
기후 벤치마크 지수란 유럽연합(EU)이 앞서 도입한 주식 시장의 기후 성과 평가 기준을 뜻한다. EU는 탄소배출량, 탈탄소화 경로 등 항목별로 최소 요건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는 지수들이 PAB·CTB 등 명칭을 사용하도록 허락한다. 전 세계에서 이들 기후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1559억 달러(약 220조원)에 이른다.
한은은 한국도 기후 벤치마크 지수를 도입할 경우 탄소 절감과 수익률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실제 코스피 시장을 토대로 K-PAB·K-CTB 지수를 설정했다.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10억원당 217t였던 코스피의 탄소 집약도는 K-PAB지수에서 절반 미만(92.4t)까지 떨어졌다. K-CTB 지수도 129.4t으로 실제 코스피의 59.6% 수준이었다. 수익률 면에서는 오히려 기존 코스피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의 누적 수익률은 코스피보다 K-PAB가 5.6% 포인트, K-CTB가 4.6% 포인트 각각 높았다.
다만 한은은 아직 미흡한 국내 기후 데이터 인프라와 부족한 저탄소 투자 수요로 인해 실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상훈 한은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과장은 “신뢰할 수 있는 기후 데이터를 확충하고 실효성 높은 기후 정책과 기관투자자의 저탄소 투자 등이 뒷받침돼야 지수의 완결성이 높아지고 원활한 시장 조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