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무대서 마지막 인사… ‘코미디계 대부’ 전유성 영면

입력 2025-09-29 01:21
개그맨 전유성의 노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개그콘서트’ 녹화 스튜디오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영정 사진이 국화꽃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코미디계 대부로 불린 고(故) 전유성(76)이 28일 영면에 들었다. 그의 영정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생전에 그가 후배들을 위해 마련했던 KBS 2TV ‘개그콘서트’ 무대. 마지막 관객이 된 이봉원, 남희석, 이영자, 심현섭 등 후배 수십 명은 객석에서 눈물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노제가 거행됐다. 고인은 전형적 코미디에서 벗어나 공연과 결합한 공개 코미디 형식의 ‘개그콘서트’를 기획해 후배들의 설 무대를 열어줬다. 코미디언 이홍렬이 품에 안고 있던 영정을 무대 한가운데 내려놓자 나직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박준형은 “평생 우리 삶의 터전이자 직장을 만들어주신 선배님이 오르신 마지막 무대”라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드리자”고 했다. 이어 김학래 대한민국코미디언협회장이 “1분간 눈물을 참지 말고 신나게 울고 보내드리자”고 제안하자 곳곳에서 통곡이 터져 나왔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러진 영결식에도 유족과 많은 후배들이 함께했다. 최양락은 “이 땅에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처음 만든 분이다. 따라 할 수 없는 열정으로 한국 최초 코미디학과를 개설하고 코미디 소극장 등을 통해 후진양성을 실천한, 인정 많은 분”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정렬은 고인이 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자신의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웃으며 가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추도사는 이홍렬과 김신영이 맡았다. 이홍렬은 “무대 위 혁신가, 무대 뒤 스승이셨다. 웃음이 한 사회의 공기이자 문화임을 증명하셨다”고 말했다. 고인의 병실을 지켰던 김신영은 “병실에서의 4일이 40년 중 가장 진실(된 시간)이었다. 제게 ‘나이 차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다’고 말씀해주셨던 따뜻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인은 ‘코미디언들의 스승’으로 불릴 만큼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다. 사흘간 빈소엔 심형래, 유재석, 강호동, 이경실 등 후배들과 배우 송승환, 가수 서수남, 박상철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조문했다. 장지는 2018년부터 건강이 악화한 고인이 입원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전북 남원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