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한 달 앞으로… 꽉막힌 한·미 협상, 미·중 빅딜은 기대감

입력 2025-09-28 18:49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한 달 앞둔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전경. 경주=최예슬 기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는 APEC 개막 전 한·미 관세협상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갈수록 강해지는 미국 요구에 낙담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될 정도로 여러 안보 쟁점에 대한 ‘원샷’ 합의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반도 비핵화 목표 설정부터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구체화하고 있는 미·중 정상의 경북 경주 회동은 세계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다. 세계 경제 패권을 쥔 양국 간 갈등 해소의 장이 펼쳐진다면 예측 불가능했던 글로벌 경제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겠으나 이 역시 국익과 직결된 문제는 아니란 점에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이 만나는 만큼 최대한 APEC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정부는 안보를 레버리지 삼은 ’투자·안보 패키지 딜’을 제시했으나 미국의 분리 협상 공세로 무력화된 상태다. 협상은 거의 두 달째 교착 상태에 빠졌고,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현금·선불’까지 나오자 정부는 “불가능한 얘기”라며 총력 방어를 펼치고 있다. 우리 외환보유액의 84%에 이르는 돈을 현금으로 선입금하라는 건 전무후무한 요구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이 필요조건으로 내세웠던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도 미국은 여전히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APEC까지도 관세 후속 협상의 큰 흐름이 잡히지 않으면 한·미 정상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모양이 좋지 않다”며 “빨리 물밑 협상을 진행해 타결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제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도 당장 APEC에서 전환점을 맞기 어려워 보인다. 김 교수는 “김정은은 미국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으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 마디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APEC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미·중 간 ‘세기의 빅딜’ 여부로 좁혀진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중의 이번 만남은 굉장히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 대면하는 것”이라며 “무역전쟁 외에도 향후 미·중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PEC 준비지원단 관계자는 “미·중 정상의 방한 가능성이 높아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다. 준비한 것 이상으로 많은 걸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윤예솔 박준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