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교통사고와 스포츠 손상, 폭행, 산업재해로 얼굴 뼈와 치아, 피부가 크게 손상되는 사고가 늘고 있다. 최근엔 고령 인구 증가와 개인 이동장치 사용 확대로 낙상 관련 외상이 꾸준히 증가 추세다. 안면 외상은 활동이 많은 20~40대에서 흔히 발생한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고효선 세란병원 과장은 29일 “특히 고령자의 경우 침대·의자에서 떨어지거나 미끄러져 얼굴이 바닥에 부딪히는 사고가 많아 골절, 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면 외상은 멍부터 마찰에 의한 찰과상, 열상, 골절, 살·뼈·피부가 떨어져 나간 상태까지 다양하다. 골절의 경우 돌출 부위인 코, 아래턱뼈, 광대뼈, 안와(눈을 둘러싼 뼈) 순으로 많다.
안면 외상은 단순히 미용상 문제가 아니라 기도 폐쇄나 뇌 손상과 직결될 수 있어 초기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기도를 확보하고 출혈을 조절하며 시력이나 신경 손상 여부를 신속히 확인해야 한다. 이후 CT 등 영상검사를 통해 뇌와 안면부를 동시에 평가하면서 기능 회복과 미용적 결과를 함께 고려한 재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재건은 외부 충격으로 얼굴에 발생한 뼈, 피부, 근육, 신경, 혈관 손상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상처 봉합을 넘어 씹기와 말하기, 쉼쉬기, 시각, 표정 등 기본적인 기능과 사회심리적으로 중요한 외모 회복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치료다. 따라서 여러 진료과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이 필수적이다. 세란병원은 성형외과, 구강악안면외과, 안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이 협진하는 ‘24시간 안면 외상 치료 및 재건 시스템’을 최근 본격 가동했다.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급에선 이례적 시도다. 골든타임 내 기능과 미용적 회복을 목표로 한다. 덕분에 광범위 미세혈관 재건, 다발성 중증 외상 등 극히 일부 환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대형병원 전원 없이 이곳 시스템 내에서 치료와 재건을 해결하고 있다.
얼굴 충격으로 턱이 빠졌다면 아래턱을 턱관절 안으로 넣는 처치를 받아야 한다. 또 턱이 골절되면 치아가 맞지 않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턱뼈 골절 땐 치아를 묶어 교합을 조정하거나 금속판·나사를 이용한 수술이 이뤄진다.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인 오민석 과장은 “안면 외상은 또 치아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치아를 둘러싼 뼈를 고정하고 빠지거나 깨진 치아는 보철 치료 혹은 임플란트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재건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코뼈 골절은 절개 없이 기구로 뼈 위치를 바로잡기 때문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 안구 함몰로 미용적 문제가 있거나 사물이 지속적으로 겹쳐 보이면 부기가 가라앉은 뒤 수술이 필요하다. 고효선 전문의는 “안면 재건을 할 땐 피부와 근육을 함께 이식하기 때문에 재활 운동을 꾸준히 해야 자연스러운 표정, 씹기, 호흡 등의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