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 등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이 78년 영욕의 세월을 마무리하게 됐다. 검찰청은 1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는 내년 9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미 군정기였던 1948년 8월 2일 검찰청법(남조선과도정부법령 213호)이 제정·공포되면서 창설된 지 78년 만이다.
검찰은 초창기 때만 해도 인권의 수호자라는 측면이 더 부각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비대했던 경찰 권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컸다. 한격만 검찰총장은 1954년 형사소송법 초안 공청회에서 “이론적으로는 수사는 경찰, 검사는 기소권만 주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100년 후면 모르지만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1982년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린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6400억원대 어음사기 사건 수사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그 중심에 있었다. 중수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거뒀고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파헤쳤다.
그러나 권한이 비대해지며 그림자도 짙어져 갔다. 특히 직접수사 기능의 폐해에 대한 논란이 컸다. 정점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조사하다가 비극적 결과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중수부는 결국 2013년 폐지됐다.
검찰은 반부패부를 통해 특별수사 명맥을 이어갔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의 일환으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차례로 기소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검찰과 지금의 여권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며 직을 던졌고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이중 잣대’ 논란은 임기 내내 끊이지 않았다. 비상계엄으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검찰도 함께 몰락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검찰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한 검찰 간부는 “형사사법시스템이 왜곡될 경우 국민들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기형적인 제도”라며 “공무원인 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반대 의사표시로 사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