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78년 만에 사라진다… 與, ‘정부조직법’ 단독 처리

입력 2025-09-26 19:19

검찰청이 내년 9월 설립 78년 만에 간판을 내린다.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한 이재명정부 첫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통해 법안 통과에 저항했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청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필리버스터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박 의원은 참관 온 초등학생들에게 덕담을 건네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박 의원은 17시간 12분간 필리버스터를 해 역대 최장기록을 세웠다. 뉴시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2026년 9월 문을 닫는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래 78년만이다. 검찰의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이,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에 만들어질 공소청이 맡는다.

검찰은 그간 수사·기소권을 모두 쥐고 막강한 권력을 키워왔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출은 검찰 권력이 정점에 오른 순간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검찰 소멸의 장본인이 됐다. 윤석열정부 내내 주요 보직에 검사 출신이 중용되며 ‘검찰 공화국’ 비판이 계속됐고,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전방위 검찰 수사는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을 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드디어 이재명정부의 밑그림이 되어 줄 정부조직법이 통과됐다”며 “추석 귀향길 라디오 뉴스에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범죄자들만 박수칠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개정안 통과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돼 각각 예산과 경제 정책을 맡는다.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받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바뀐다.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후 신설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 부문을 가져간다.

국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결 통과 후 즉각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재차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에 구애받지 않고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도 순차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